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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벳 (출 6:20)
   

한신대 구약학 김창주 교수

요게벳(דבכוי)은 모세와 아론, 미리암의 어머니이며 ‘야웨의 영광,’ 또는 ‘야웨는 영광스런 분이시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요게벳은 레위의 딸이며 고핫의 누이로서 사제 계열의 집안이다. 위대한 여성 요게벳을 이해하려면 율법에 금지된 결혼과 이름 등 두 가지 점을 규명해야한다. 모세의 아버지 아므람이 고모와 결혼한 것은 근친상간에 해당한다(레 18:12; 20:19). 특히 ‘아므람’은 고상한 족속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누이’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토라 제정과 반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모세가 율법이 금지한 혼인을 통하여 태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70인역>은 아므람과 요게벳이 조카와 고모라는 사실이 불편해서인지 ‘아버지 형제의 딸,’ 곧 ‘사촌’이라고 읽는다. 타르굼도 ‘아버지 형제의 딸’로, 페시타는 ‘삼촌의 딸,’ 불게이트는 ‘친 사촌’으로 번역한다. 위경 <레위인의 언약>에 의하면 요게벳은 레위가 64세 때 태어난 딸로 묘사된다. 그러나 타르굼 옹켈로스는 ‘아버지의 누이,’ 또 다른 타르굼에서는 ‘그의 고모’라며 히브리 본문을 충실히 따른다. 고대 이스라엘은 고모와 이모를 동일하게 ‘도다’라고 불렀다. 본문의 고모는 히브리어 ‘도다’(הדוד)로서 ‘도드’(דוד)의 여성형이며(민 26:59), 남성이라면 삼촌이 된다. <아가>에서 ‘도드’는 ‘사랑하는 자’를 지칭한다(아 1:13, 14; 2:3, 8, 16 등등). 어쩌면 아므람과 요게벳은 친족의 금혼을 어길 만큼 그 둘의 사랑이 극진했거나 아므람 당시에는 고모와 결혼이 법적으로 가능한 사회였는지 모를 일이다. 연구자들은 레위인의 순혈주의를 강조한 측면으로 보고 아직 성결법의 제정 이전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더햄, 170; Houtman, 518>

‘요게벳’은 이름에 ‘야웨’를 합성한 최초의 인물로 알려진다. 예컨대 요나단은 ‘야웨는 선물,’ 요담은 ‘야웨는 완전하신 분,’ 요람은 ‘야웨는 높으신 분,’ 요시비아는 ‘야웨가 쉬게 하신다’(대상 4:35), 요아는 ‘야웨는 나의 형제,’ 요아스는 ‘야웨는 불,’ 요압은 ‘야웨는 아버지,’ 요야다는 ‘야웨는 아신다,’ 요엘은 ‘야웨는 하나님,’ 요하는 ‘야웨는 다시 사신다,’ 요하난은 ‘야웨는 은혜,’ 여호사밧은 ‘야웨는 심판자,’ 요사닥은 ‘야웨는 의로운 분’ 등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 밖에도 요김(대상 4:22), 요사(대상 4:34), 요사위야(대상 11:46), 요사밧(대상 12:4), 요에셀(대상 12:7), 요엘라(대상 12:7), 요야립(느 11:5), 요엣(느 11:7), 요야김(느 12:26) 등이 드물게 등장한다.

바빌론 포로 이후에 ‘야웨’는 자유롭게 호칭할 수 없는 거룩한 이름이 되었다. ‘할렐루야’는 본래 ‘야웨를 찬양하라’는 뜻이다. 시적 운율 때문에 ‘할렐루야’로 표기한 측면도 있지만 ‘할렐루’와 ‘야웨’ 두 단어를 한 낱말처럼 표기한 것은 포로 이후에 ‘거룩한 이름 네 글자’를 모두 부를 수 없다는 신앙적 자각에서 비롯되었다.<Tehillim, 1742> 그러나 ‘요게벳’의 ‘요’는 출애굽 당시 야웨 하나님에 대한 경외와 그녀의 경건한 믿음을 반영한 이름으로 봐야한다. 유대 전승에서 요게벳의 위상은 다양하다. 히브리서는 바로의 엄명에도 모세를 석 달 동안 숨길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믿음 때문이라고 기술한다(히 11:23). 미드라시는 요게벳을 역대상의 ‘여후디야’로 간주하고 ‘최초의 여성 유대인’(first Jewess)이라고 주장한다(대상 4:18). 또 다른 전통은 민수기 11장에 언급된 광야의 예언자 ‘엘닷과 메닷’의 어머니라고 보기도 한다.<Targum Pseudo-Jonathan> 그렇기에 요게벳은 바로의 명령을 거역하며 모세를 석 달 동안 숨겨 결국 히브리 공동체를 세우는 인물을 길러낸 것이다.<Leviticus Rabba 1:3>

이렇듯 출애굽의 길목에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의 혈통을 자세하게 소개한 것은 모세의 신앙 배경을 강조하려는 신학적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유대 전승에 의하면 요게벳은 디베리야 서쪽에 조상들의 묘소에 안장되었다. 블레셋과 전투에서 법궤를 빼앗기자 하나님의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나갔다며 비느하스의 아들을 ‘이가봇’이라 칭한다(삼상 4:21). 야웨의 ‘영광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세가 이끈 출애굽과 율법 선포라는 놀라운 사역 뒤에는 ‘스스로 있는 자’로 계시된 ‘야웨’가 있으며, 그 신앙의 뿌리는 ‘야웨의 영광’을 뜻하는 어머니 요게벳에게서 비롯되었다.

김창주 교수  webmaster@kidok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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