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대 상담학 장보연 교수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많이 상승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차별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특히 여성폭력은 그 형태와 방법조차 점점 복잡해져 가고 있는데, 이에 상응하는 마땅한 전담기구가 없어서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10년 만에 법적 근거를 둔 특수법인 여성폭력방지 전담기구로 새롭게 출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그동안 2009년 민법에 따라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폭력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이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의 보조•위탁사업으로만 운영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갖가지 여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특수법인 여성폭력방지 전담기구로 전환됨에 따라, 일정부분 고민을 덜어낸 기분이다.

특수법인으로 설립되면 기관 자체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개발, 지원서비스 연계, 종사자 교육 등 여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 사업을 보다 체계적•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여성인권 향상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위해 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폭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통합적인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기존 유형별(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지원에서 기능별(현장지원, 교육, 인권보호 등)로 조직을 개편하고, 피해자 지원시설 연계망 확충과 역량 강화 사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 지원시설과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 사업을 강화하고, 상담원 등 종사자 보수교육 인원을 지난해 2300명에서 올해 3000명 이상으로 늘리며 신규로 개소된 시설과 평가에서 미흡을 받은 시설에 대해 맞춤형 자문(컨설팅)도 실시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이는 곧 여성인권진흥원이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의 중추기관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은 물론, 여성인권 향상과 피해자 보호•지원 정책을 보다 안정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소중하게 찾아온 기회를 허투루 낭비해서는 안된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처음 가졌던 마음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한다. 소리만 요란한 채 유야무야한 일로 전락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솔직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폭력의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간단한 예로 지난해 ‘수원시 여성 폭력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중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가 “데이트 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데이트 폭력 유형(중복 응답)은 ‘통제와 간섭’이 49.8%, ‘언어적·정서적·경제적 폭력’이 34.7%, ‘성적 폭력’이 25.4%, ‘신체적 폭력’이 17.1%로 나타났다. 이를 지역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로 전화하면 그 수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여성폭력의 후조치도 중요하지만, 선 예방이 더욱 시급하다. 다행스럽게 지난해 12월 25일 가정폭력·성폭력·성희롱·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여성폭력’으로 규정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시행됐다. 이로 인해 여성폭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지만, 한국사회 안에서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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