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덴교회 담임 소강석 목사

제 서재에는 벽난로가 있습니다. 추운 겨울, 벽난로에 장작을 쌓고 불을 붙이면 화르르 불이 타오릅니다. 불이 주는 따뜻함은 전기히터나 난로가 주는 따뜻함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불은 몸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안아주는 따스함이 있습니다. 사람은 모닥불을 보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원시적 감성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벽난로 앞에 앉아 성경을 묵상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모임, 일정을 보내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분주합니다.

그러나 깊은 밤, 홀로 벽난로 앞에 앉아 불을 쬐고 있노라면 내 영혼 깊은 곳에 잠재해 있던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고 영혼의 깊은 따스함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아무리 오랜 시간동안 회색빛 콘크리트 도시에서 목회를 하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모닥불 가에 앉아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목가적 목회를 할 것만 같습니다.

벽난로 앞에서 추운 몸을 녹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있으면 춥지만 함께 있으면 춥지 않겠구나. 장작들도 함께 모여 있으니까 활활 타오르고 있잖아. 나도 누군가의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장작이 되어야지...”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우리 모두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딘가에서 홀로 추위에 떨고 있는 분이 있나요? 상처와 아픔 때문에 울고 계신 분이 있나요? 혼자 있으면 춥지만 함께 있으면 춥지 않습니다. 새에덴 안에서 함께 따뜻하게 살아요. 제가 쓴 ‘불의 사연’이라는 시를 새해 첫 인사로 드립니다.

“홀로 타오를 수 없습니다 / 장작개비가 되어 내 곁으로 와 주세요 / 나는 당신을 품에 안고 / 바람을 기다립니다 / 당신은 / 바람이 불면 재가 될 줄 알면서도 / 내 품에 안긴 채 / 바람을 기다립니다 / 나는 불 / 당신은 어느 겨울 숲에서 꺾여 / 내게로 온 장작개비 / 난 당신의 차가운 몸을 껴안고 / 바람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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