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신 총회장 김중곤 목사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황금 쥐띠해를 맞아 한국교회 각 교단과 단체 등은 저마다 신년하례회를 통해 2020년 힘찬 출발을 알리고 있다. 유독 매서웠던 종로 5가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모양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아 당찬 각오를 다지는 모습에 올해 한국교회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새해를 맞아 곳곳에서 열리는 신년하례회가 가진 자들의 축제(?)가 아닌,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는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실제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연합을 비롯해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등은 외롭고 쓸쓸한 노숙인들을 돌보고 섬기는 사역으로 새해 첫 발을 뗐다. 호화로운 호텔에서 점심을 먹거나, 보여주기식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진정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좋은 일을 선택했다.

이 기분 그대로 올 연말까지 막힘없이 쭉 갔으면 한다. 1월에만 반짝 시늉하고는 ‘나 몰라라’하지 말고,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길 기대해 본다. 올 한 해 한국교회가 맘몬을 탐하지 않고,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섬김의 본을 보였던 예수 그리스도의 발걸음을 따라가길 소망한다. 더 이상 가진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고, 진정 가난과 굶주림, 외로움, 슬픔과 고통 속에 처한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장애인, 노숙인, 탈북민 등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올 해는 한국교회가 주님 위에 아무 것도 두지 않는 해가 되기를 염원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하나님 말씀을 뒷전에 두고, 세상의 것들을 탐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특히 세상 정치에 맛을 들여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분명한 것은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고, 오직 하나님 말씀만 따라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 4월 총선을 기해 한국교회가 또다시 정치놀음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을 중심에 두기를 원한다. 만일 또다시 세상 정치놀음에 혹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다. 가뜩이나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은 더 이상 실수로 봐줄 문제가 아니다. 바라건대 세상 것을 탐하는 욕심을 버리고, 이제 제발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전진해 가자.

해마다 신년을 맞아 바라는 것 중 단골손님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모습에서 탈피하자는 각오다. 언젠가부터 특별기도 순서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다. 어떤 장소에 어떤 행사가 열려도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연합과 일치다. 하지만 정작 연합과 일치를 이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작금의 한국교회는 분열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모양새다. 올해는 정말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길 다시 한 번 각오해 본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것을 내려놓자. 무엇인가를 쟁취하려고 움켜쥐려고 하지 말고, 내 것을 하나 더 줘버리자는 생각으로 임하자. 교단의 총회장이 아니면 어떻고, 연합단체의 대표회장이 아니면 무슨 상관인가.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가장 멋진 직분이 있지 않는가. 주의 종으로서 역할을 다하면 세상 그 어떠한 자리나 재물, 권력도 다 필요 없다. 괜히 탐했다가는 골치만 아플 뿐이다. 차라리 조금 더 구석진 곳, 조금 더 낮은 자리를 택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아닐까.

2020년 경자년 새해 많은 것들을 바라고 소망하겠지만, 한국교회는 소외된 이웃을 향한 돌봄과 섬김, 세상 권력에서의 탈피, 내려놓음 등 이 세 가지 소망만 바라보며 나아갔으면 한다. 그리고 작심삼일 하지 말고, 올해 마지막 12월에 “한 해 동안 하나님이 주신 소명대로 정말 열심히 달려왔구나”를 자랑스럽게 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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