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 증경감독 임용화 목사

일제의 폭거와 압제에서 해방된 지 75년의 세월이 흘렀다. ‘광복’은 말 그대로 35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 수모를 겪은 우리 민족이 민족정신까지 빼앗긴 암흑시대에서 빛의 시대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숱한 민족의 열사들이 쓰러지고, 이름도 빛도 없는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 바쳐 대한독립 만세를 불러 이룬 민족해방이다. 하지만 75년이 흐른 지금, 그들이 그렇게 바랐던 광복이 온전히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하나 된 마음으로 조국의 독립을 외쳤던 이들의 행동이 무색하리만큼,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크게 쪼개져 있다. 서로 다른 이념으로 같은 민족끼리 총포를 겨누었으며, 일본에게 빼앗긴 조국을 위해 피로 물들었던 산야는 아이러니하게도 동족상잔의 비극의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렇게 갈라진 남과 북은 어느덧 일본의 식민지 기간보다 훨씬 긴 세월동안 서로를 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남과 북의 갈등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더욱 안타깝다. 남과 북으로 나뉜 것도 모자라, 동서로 또 갈렸다. 가뜩이나 좁디좁은 땅에서 또다시 지역갈등을 겪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여기에 남녀갈등, 진보와 보수의 이념분쟁, 빈부의 격차, 세대차이, 노사갈등 등 숱한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진정한 하나 됨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다’는 말이 올곧이 체감되는 상황이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을 보면 목숨 바쳐 헌신했던 우리 선조들이 땅을 치고 통탄할 노릇이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미국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여전히 다양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경제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식민지 생활과 다를 바 없는 일들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과 북이 서로 으르렁 대고, 동서갈등을 비롯해 남녀갈등, 진보와 보수의 이념분쟁, 빈부의 격차, 세대차이, 노사갈등 등으로 내분이 일어난다면, 현대판 식민지를 극복할 수 없다. 지금은 우리가 과거 ‘대한독립만세’를 한마음으로 외치던 순국선열들의 모습처럼, 하나 된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충분히 똘똘 뭉칠 수 있는 민족이다. 과거에도 그랬었고, 현재도 그렇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속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과 대한민국 정부의 행동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는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 때만 해도 수많은 국가에서 대한민국을 입국금지 국가로 지정하는 등 치졸한 행동을 하며 비아냥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했고, 이제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서의 위상이 섰다. 국민들도 하나 된 마음으로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탰다. 다른 국가에선 사재기로 몸살을 앓을 때 오히려 우리 국민들은 대구시민들의 아픔에 동참했다. 전국에서 수많은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것이 진정 대한민국 국민은 하나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광복절 75주년을 맞은 작금, 우리는 다시 힘을 하나로 모아 진정한 광복을 이룰 때이다. 분열과 갈등이 아닌 화합과 일치로 한반도 전역에 빛의 등불을 밝힐 때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 교회가 서야 한다. 일제의 폭거와 6.25전쟁 등 누구보다 앞장서 나라사랑 정신을 발휘했던 한국교회가 아닌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시대에 힘들고 지친 국민들을 위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모두가 서로 보듬고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가 먼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기고, 하나 된 모습을 보일 때 진정한 광복을 이룰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기독교라인(대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