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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개의 전치사 에트 תא (출 39:33-40)
   

한신대 구약학 김창주 교수

성막은 이스라엘의 광야시절 이동식 성전이며 삶의 중심이었다. 가나안에 정착한 후 솔로몬이 성전을 봉헌하자 신앙의 중심은 성막에서 성전으로 옮겨간다(왕상 8:1-66). 출애굽기는 성막의 건설에 관하여 규모, 재질, 용도, 비용에 이르기까지 두 차례나 세세하게 다룬다(출 25-31장; 35-40장). 출애굽기가 성막 건축을 유난히 중복적으로 언급한 이유가 있을까? 성막은 거룩한 공간으로서 하나님의 거처를 압축한 곳이지만 또한 동시에 우주와 우주의 축소판이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려면 우선 긴 호흡을 들이쉴 필요가 있다.

모세의 요구대로 성막을 건축한 인물은 유다 지파의 브살렐(לאלצב)이다(출 31:2). 그는 하나님의 영이 충만하고 지혜와 총명이 뛰어난 기능공으로 소개되었다(출 33:3). 하지만 정작 성막을 어떻게 지어야할지 난감했다. 그러는 중 ‘내가 세상과 사람을 창조한대로 건축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하나님이 그의 형상과 모양대로 사람을 지으셨다(창 1:26)는 점을 상기하며 그의 이름을 분석하자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곧 ‘하나님(לא)의 그림자(לצ) 안(ב)에 거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러니 브살렐은 하나님의 공간이자 거룩한 곳 성막을 설계하고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출애굽기 39장에는 성막이 설계도대로 완성되었는지 확인하는 대목이 들어있다. 직접 목적어를 이끄는 전치사(תא)를 앞세워 각종 부품들이 하나하나 언급되고 있다(33-40절). 실제로 훨씬 많지만 전치사와 함께 소개된 물품은 모두 서른둘이다. 이 숫자는 성막에 그만큼 많은 비품이나 물건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성막이 우주와 사람 사이에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카발라(Qabalah)에 따르면 우주는 알파벳 22개와 10가지 세피로트(Sefiroth), 곧 32 가지 하나님의 지혜로 이루어졌다.<Sefer Yetzirah 1:1> 고대인들에게 문자는 신의 영역으로 지금처럼 누구나 읽거나 풀이할 수 없었다(단 5:5-8). 상형문자를 뜻하는 hieroglyphic는 신(hieros)의 메시지(glyphs)를 가리킨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사제나 신탁을 받은 사람만 해독할 수 있었다. 한 유대 전승은 우주가 히브리 알파벳 22글자로 설계되었고 하나님에게서 유출된 10가지 본성으로 형성되었다고 전한다.

성막의 32가지 목록을 적시함으로써 성막이 우주를 모형삼아 건설되었고 서로 대응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사람은 우주와 성막에 어떻게 관련된 것일까? 사람의 가장 내밀한 기관은 심장이다. 히브리어 심장 레브(bl)는 신비롭게도 32에 해당한다. 한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심장의 박동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이며 신전처럼 중요하다고 간주된 것이다. 여기서 민첩한 연상력이 동원된다. 랍비들은 심장의 상징 숫자 32를 지나치지 않고 머문다. 예컨대 성막과 관련해서 숫자 32는 서른두 가지 각종 목적어에 연결되고 또한 우주의 기초인 서른두 가지 하나님의 지혜로 이어진다. 따라서 19세기 랍비 말빔(Meir Leibush ben Yehiel Michel)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심장에 성막을 건설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전통적으로 심장은 사람의 가장 거룩한 장소이며 성막 또는 성전의 가장 성스러운 지성소와 우주의 중심에 이어진다고 믿었다.

이와 같은 우주, 성막, 사람의 대응관계는 미드라시를 비롯하여 빈번히 확인된다. 바울은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3:16)고 설파한다. 예루살렘 성전의 부재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신다는 유대 전통에 기댄 것이다. 앞서 크게 들이쉬었던 숨을 심장으로부터 끌어올려 천천히 내쉬면서 성막을 통하여 우주로 이어지는 하나님의 현존을 느껴보자.

김창주 교수  webmaster@kidok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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