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신학 학장 서헌철 목사

2014년 12월 21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지난 8∼17일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올 한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를 설문한 결과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진시황’이 죽고 2세인 ‘호해’가 황제였던 환관 ‘조고’가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다른 신하들이 자기 말을 들을지 시험하기 위해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이라고 이야기하자 ‘호해’는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지록위마(指鹿爲馬)]”라며 신하들에게 이것이 말로 보이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나 신하들은 ‘조고’가 두려워 “그렇다”고 긍정했다.

이때 ‘조고’는 부정했던 몇몇 이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그들에게 죄를 씌워 죽이는 등 악행을 자행했다. 이후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指鹿爲馬(지록위마)’는 처음에는 윗사람을 농락하는 것을 일컫는 뜻이었으나, 지금은 백(白)과 흑(黑)이 뒤바뀌고 사실(fact)이 왜곡(歪曲)되는 비유의 말로 쓰이고 있다.

환관 ‘조고’의 권력이 영원하지 못했음에도, 대한민국 군부정권 등은 영원할 줄 알았을까? 가까이에는 부마항쟁 때, 5·18 때도, 세월호 때에도 언론들은 ‘指鹿爲馬(지록위마)’의 보도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아닐까? 그러나 작금에 일부 언론들이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진실(眞實)을 이기는 세상(世上)”을 만들려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과 진실한 사람이 친구가 되어 세상을 돌아 다니다가 원숭이 왕국에 도착했다. 그런데 원숭이 우두머리가 그들을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두 사람이 우두머리 앞에 끌려와 보니, 그 나라의 원숭이들이 근사하게 차려입고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엇다. 우두머리 원숭이는 로마시대의 황제처럼 멋들어진 옥좌에 앉아 있었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그들에게 물었다. “나와 내 신하들과 국민들이 어떻게 보이느냐?”

아부 잘 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남자가 먼저 말했다. “전하는 위대한 황제 같습니다. 그리고 전하 곁에 서 있는 신하들은 기사와 장군들 같습니다.”

사기꾼의 달콤한 말에 우쭐해진 우두머리 원숭이가, 그에게 많은 상을 내리라고 말했다.

그것을 본 진실한 사람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거짓말로 둘러대는 사람의 말을 듣고 저렇게 푸짐한 상을 내렸으니, 진실만을 말하는 내 말을 들으면 얼마나 큰 상을 내릴까?” 그가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우두머리 원숭이가 물었다. “내가 누구냐? 그리고 나와 함께 이는 신하들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이 대답했다. “당신과 여기에 있는 당신 신하들은 원숭이입니다.” 그 말을 들은 우두머리 원숭이가 노발대발해서, 진실을 말한 사람을 끌어내 당장 물어뜯어 죽이라고 명령했다.(출처 : 이솝우화전집)

“악을 행하는 자는 궤사한 입술을 잘 듣고 거짓말을 하는 자는 악한 혀에 귀를 기울이느니라”(잠17:4) 함과 같이 거짓, 감언이설(甘言利說) 등으로는 절대로 진실(眞實)을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진실을 보려고 힘쓰지 않으면 언젠가는 참담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악인은 입술의 허물로 인하여 그물에 걸려도 의인은 환난에서 벗어나느니라(잠언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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