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뿐 아니라, 죽음의 주관자인 하나님의 절대주권 인식
“생명의 포기를 의미하는 자살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한국사회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고령화가 정착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 사회는 어르신에 대한 공경이 약해졌으며, 사회 각 분야에서도 노인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는 고령화에 처해있는데 이를 수용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정착한 우리나라와 교회 안에서 노인들이 올바르게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법연구원(이사장 김순권 목사, 원장 김영훈 장로)은 제10회 교회법세미나를 지난달 31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교회법과 노인문제’를 주제로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훈 박사(한국교회법연구원장)는 ‘노인의 존엄한 삶과 죽음에 관한 법적 고찰’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늙은 자에게는 지혜가 있고 장수하는 자에게는 명철이 있느니라(욥 12:12)’는 말씀에서 노인의 참다운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면서, “생명 뿐 아니라 죽음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식하고,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노인의 존엄한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원장은 “잘 사는 것(well-being)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well-dying)도 중요하므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위해서도 죽음 윤리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면서, “현재 논의되는 존엄사 문제는 인간답게 살 권리처럼 인간답게 죽을 권리, 인위적이고 무의미한 생명연장은 존엄한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고 밝혔다.
특히 김 원장은 존엄한 죽음에 대한 법적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대부분의 주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독일 등은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한국에는 존엄사 즉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법원판결 중 보라매병원사건 판결(서울남부지법 1998.5.15. 선고98고합9판결)과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사건 판결(대법2009.5.21. 선고 2009다 17417)을 소개하며, “법원은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의료행위의 중지가 곧바로 환자의 사망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된다’고 밝혔으며,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에서도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며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김 원장은 “생명의 포기를 의미하는 자살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생명권은 그 주체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의 소관이 아니고 창조주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속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생명에 관한 처분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이 경우 형법상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이나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존엄사의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원장은 존엄한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과제로서 죽음교육의 실시와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을 들었다.
김 원장은 죽음교육의 실시에 대해 알폰스 디캔의 ‘죽음교육은 삶의 교육이다’와 키케로의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이다’를 소개하고, 미국 등의 경우와 같이 학교교육에서 올바른 삶의 교육과 더불어 품위 있는 죽음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내 많은 대학에 죽음학 학과가 설립되어 있다고 강조하고, 홍양희 회장(각당복지재단)의 죽음교육의 필요성 10개 항목을 소개했다.
이어 당사자가 식물인간이나 질병의 말기처럼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가 됐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건강한 의식이 있을 때 밝혀두는 문서인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에 대해서는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두면 위와 같은 경우를 당했을 때 본인은 물론 담당 의사 및 가족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당사자의 존엄한 죽음을 기대할 수 있고 가족의 정신적 ‧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원장은 “하나님은 인간의 삶과 죽음은 주관하시는 창조주임을 그리스도인은 올바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과 인권 그리고 피조물을 존귀하게 여기고 살리는 생명운동에 힘써야 할뿐 아니라 존엄한 죽음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져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충렬 교수(한일장신대 심리치료대학원장)는 ‘노화과정의 병리적 이해와 치유적인 대안- 노인성 편집증을 중심으로’란 주제발표에서 “노인 환자들의 증후는 신체의 노화과정 자체에 의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태도와 기대 뿐 아니라 가족관계에서의 변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퇴직으로 인한 생활방식과 안전감의 변화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에 의한 것”이라며, 노년기의 치매와 우울증,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실감이나 황폐화 등에 대해 다뤘다.
특히 김 교수는 “사람은 에너지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육체적 ‧ 정신적 ‧ 영적에너지가 증가된다”면서, “모든 사람의 에너지가 20%가 될 때 우울증이 되며, 6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