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영유아보육법을 부결시켜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cctv 의무화보다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CCTV 감시보다 보육교사의 질적 자질향상 위한 환경 조성이 우선
프랑스, 일본, 독일 등 선진국 보육환경 사례도입도 생각해볼 대안

학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진다. 어린이집 폭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내놓은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여야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 뒤늦게 여야지도부에서 재추진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을 수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월경 인천의 모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보육교사의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졌다.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4살배기 여아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이 보육교사의 만행은 학부모들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어린이집에 믿고 맡길 수 없다며 정부를 향해 대책마련을 촉구했고, 갑자기 된서리를 맞은 어린이집들도 저마다 해결책을 위해 분주했다. 하지만 한 번 타오른 불신의 여론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카드를 내밀었다. 이러한 노력에 학부모들도 어느 정도 성난 가슴을 쓸어내리고,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기를 학수고대했다. 하지만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듯이 여야의 균등한(?) 반대표(새정치연합 28표, 새누리당 10표, 정의당 4표 등 반대 42표·기권 46표)로 인해 부결되고 말았다. 학부모들의 원성이 드높아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에 어린이집 관련 단체의 로비를 의식한 반대라는 여론까지 거세져 학부모들의 울분은 다시 정치권을 향했다. 다급해진 여야 지도부는 재차 어린이집 CCTV 의무화를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일부 학부모들이 정치권을 향해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는 각오로 맞서고 있어 향후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지켜보는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들의 가슴은 두 번 상처받고 있다. 일부 보육교사들의 그릇된 행태로 인해 싸잡아 손가락질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24시간 감시당하는 체제에서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 자신이 없다. 물론 4 살배기 어린이에게 폭행을 가한 보육교사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이유가 있고, 상황이 좋지 못했어도 폭행을 가한 것은 정당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세간이 보육교사 전체를 폭행교사로 매도하는 것에 심기가 불편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육교사는 힘든 직업임이 틀림없다. 교사 한명에 딸린 어린이 숫자는 보통 7~8명이 넘어간다. 여건이 좋지 못한 곳은 은연중에 더 많은 어린이를 보살피기도 한다. 어린이를 한두 명 맡기도 힘든 상황에서 7~8명의 어린이를 맡기란 ‘슈퍼맨’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각 어린이 한명, 한명에게 눈의 떼지 않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핀다. 정시에 식사를 하는 일도 드물다. 심지어 화장실을 가는 것도 마땅치 않다. 여기에 청소며, 빨래, 설거지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이렇게 해서 받는 돈이 15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보육교사의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그렇다고 보육교사의 입장만을 고려하고,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면 이 또한 문제가 발생한다. 자칫 어린이집이 고사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만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보육교사의 질적 성장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단순히 학대를 막기 위해 CCTV로 감시하겠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보육교사 스스로 학대를 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육교사를 양성할 때부터 윤리적·도덕적 가치를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단순히 학점을 따기만 하면 보육교사 자격증을 줄 것이 아니라, 인성을 두루 갖춘 보육교사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히 보육교사 취득에 필수 과정인 보육실습도 기존 평균 4주에서 1년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실제로 독일은 1년, 프랑스는 1년 3개월의 실습과정을 진행하고, 보육교사 교육과정을 마친 뒤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육교사 한명당 어린이의 숫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벅찰 정도로 많은 어린이를 한명의 보육교사가 맡는다는 것은 아무리 성인군자라고 해도 힘든 것이 분명하다. 보육교사가 담당하는 어린이의 숫자를 법으로 정해 한명의 보육교사가 어린이 3~4명만을 보살피도록 규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보육교사의 인성교육을 실시해 폭행 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지금의 수준보다 향상시키고, 업무시간도 10시간이 넘지 않도록 규정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숫자를 조금이라도 늘리는데 예산을 편성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공공형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아동교육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1.9%만이 개인이 운영)과 유아학교가 모두 공립인 프랑스, 90%가량이 공공시설인 스웨덴, 사립기관이 5% 미만인 핀란드 사례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단순히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진심으로 어린이와 학부모, 그리고 보육교사들의 말을 들어주는데 있다. 정부는 이 기회를 통해 ‘어린이는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자라며’, ‘학부모들은 신뢰하고 맡길 수 있고’, ‘보육교사는 쾌적한 환경에서 보살필 수 있는’ 삼박자를 갖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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