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과제’ 포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란 주제로 갖고,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평신도의 연약함과 종속성을 악용한 목회자 성폭력 근절해야
한국교회,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윤리적 책임의식 ‘희박’

한국교회에 만연된 성폭력 사건.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교회가 유독 성폭력 피해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교회는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동안 쉬쉬 하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교회 내 성폭력 문제의 현실을 꼬집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포럼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과제’ 포럼을 지난달 29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지하 2층에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란 주제로 갖고,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또한 성폭력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자각과 남성중심적, 가부장중심적 교회의 관행 탈피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먼저 ‘교회 성폭력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조중신 센터장은 교회 내 성폭력 실태 및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검찰청 통계를 토대로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종교별 범죄자 수는 전인구의 18.32%를 차지하는 개신교신자가 2170건, 전인구의 22.8%를 차지하는 불교신자가 1405건, 전인구의 10.94%를 차지하는 천주교인이 522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가 목사라고 밝히고, 교회 내 사건은 고소나 상담으로 드러난 사건보다 드러나지 않고 은폐된 사건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 센터장은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폭력과 위협보다는 유인과 위계가 많이 작용함을 설명하고, 교리를 인용해 성적 접촉을 정당화하고, 병의 치유를 빙자한 안수행위, 악령을 쫓아준다는 구마행위, 개인 신상에 관한 상담과정에서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 당시에는 피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했다.

이에 조 센터장은 “성직자는 막중하고도 강력한 권한을 교회 안에서 행사하고 있으며, 신도들에게는 가부장제도 하의 가장인 아버지만큼이나, 아니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목사는 하나님을 대리하는 영적 아버지다’, ‘목사님을 통해 하나님의 복을 받는다’, ‘목사를 비판하면 저주 받는다’, ‘목사는 하나님만이 판단하신다’ 등 잘못된 신격화와 무책임한 맹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성직자는 표면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있으며, 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이 신도의 자발적인 추종과 순응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거의 헌납적인 모습으로 피해를 당하기 때문에 피해의 입증이 어렵다”고 전제한 뒤 “다른 피해자들이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피해를 주장해 문제제기할 때 성직자를 비호하는 교인들의 비난을 받거나 종교기관 내 세력 간 다툼에 이용되기도 한다”고 한국교회 내 현실을 지적했다.

아울러 조 센터장은 교회 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로 느낄 때 교회 내 지지해줄 사람을 찾아야 하며, 찾을 수 없거나 내부에서 문제해결이 되지 않으면 외부 전문 성폭력상담소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교회 내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알아본 뒤 연대하거나, 가해자가 이전에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피해의 경위를 육하원칙으로 정리하고, 증거가 될 만한 자료(녹음, 증언)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 성폭력 피해에 왜 취약한가?-교회 성폭력에 대한 사회 구조적 접근’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화여대 최순양 박사는 유명 목회자가 여신도를 성폭행하고도 여전히 새로운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고, 노회에서 처벌조차 하지 않는 사례를 통해 왜 이런 일들이 교회라는 곳에서 가능하기 되었는지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최 박사는 범죄자를 옹호, 은폐하려는 교회를 지적하고, 당회의 비민주적 구성과 합의구조, 자본주의와 권력의 논리가 판치는 교회 등을 주된 원인으로 설명했다. 또한 교회 여성의 성폭력을 부추기는 교회적 요인들로 교회에서의 여성의 종속적 지위, 목회자의 스타의식, 교회에서 바람직한 여성상, 남성중심적 성서해석 및 남성적 하나님, 성폭력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자각부족 등을 큰 이유로 들었다.

이에 최 박사는 “목회자가 엄연히 성폭행을 했음에도 목사가 유능하다는 이유로, 그 설교를 들으면 신앙생활이 원활하다는 이유로 교인들과 기관에서 범죄자인 목사를 두둔하고, 처벌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볼 때 아직까지도 한국교회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윤리적 책임의식이 너무도 희박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목회관계에서의 성폭행은 평신도의 연약함과 종속성을 악용한 목회자의 잘못이기에 책임을 강력이 물어야 함에도 현 교회의 실정은 여전히 힘 있는 목회자의 편을 들기 일쑤이고, 자기 자신과 이해관계에 있는 목회자의 경우는 오히려 더 두둔하고 은폐하려고 한다”면서, “일반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근절과 해결방식보다 한국교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 더 밝혀내기 어려운 동시에 멈추지 않는 것은 불의를 눈감고 약자를 외면하는 교회의 왜곡된 신앙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교회는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한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교회의 실천적 노력을 강조했다.

임 목사는 “일반적인 사회와 마찬가지로 교회공동체를 둘러싼 성폭력의 유형도 다양하다”면서, “데이트성폭력을 비롯해 스토킹, 도촬, 사이버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 다양한 성폭력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성폭력에 대응 방법으로는 피해상황에 대해 알림을 강조하고 “성폭력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피해자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피해 상황을 알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다른 교인 또는 목회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때문에 목회자를 비롯해 교인들도 성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는 피해자가 피해상황을 아리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2차, 3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과정으로 △피해자와의 직·간접적인 면담을 통해 피해자가 갖게 되는 불안감, 공포심, 무력감 등을 대처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원 △물리적 상처로 인한 의료지원 △법적조치를 위한 안내와 실질적인 도움을 위한 법률지원 △법적조치를 대비하기 위한 증거수집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목사는 “성폭력사건의 해결과정은 이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변화는 물론, 공동체 문화와 인식의 변화, 특별히 교회는 성의식의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해 성폭력 관련 교육을 여러 차례 시행한다고 해도 그 몇 차례의 교육으로 금방 전체가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또한 “교회의 개혁은 제도만이 아닌 공동체 문화와 인식의 변화, 그리고 양성을 넘어서 다양한 성에 대한 인지와 인식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면서, “한 사람의 영혼과 삶을 파괴하는 성폭력 근절을 위해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성역할의 고정관념에 매어 두고 차별하고 배제하는 남성중심적, 가부장중심적 교회의 관행들이 하루빨리 깨저 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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