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아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일제에게 빼앗긴 국권 회복의 감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일제의 억압과 압제에 목숨으로 대신한 독립투사들의 향기가 여전히 진동한다. 특히 남자도 하기 힘들다는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가냘픈 여성의 몸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우리네 아낙네들의 나라사랑 정신은 70년이 지난 오늘에도 퇴색되지 않았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인식되어온 독립운동의 역사.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총칼에 맞서 당당히 독립운동을 벌인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은 여성독립운동가를 물으면 ‘유관순’만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과거 일제의 피압박 고통 속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애국자 가운데는 유관순 말고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여성들이 많았다.

올해 초 ‘통일의 길, 한국 여성독립운동에서 찾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국권 회복과 자유를 위해 온 몸을 내던진 여성독립운동가들은 한둘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3.1운동의 화신 유관순, 북한의 유관순으로 불리는 동풍신, 최초의 여성의병장인 윤희순, 여성 애국계몽운동의 박차정, 조선총독 암살을 도모한 남자현, 민족혼을 심어준 애국교육자 김순애, 상해임시정부의 안주인으로 알려진 정정화, 임시정부 여성의원 방순희, 수원의 논개 기생 김향화, 조선부인회를 조직해 민족교육에 앞장선 조신성, 한국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 독립투사 신팔균의 부인으로 간우회를 설립한 임수명, 여성교육에 앞장서며 독립운동에 헌신한 김마리아, 신채호선생의 부인인 박자혜, 안중근을 키워낸 모성 리더십의 조마리아,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마리아, 심훈의 상록수 주인공인 농촌계몽운동가 최용신, 여성 광복군 1호 신정숙, 신사참배를 거부한 김두석, 여성교육에 앞장선 독립운동가 차마리사와 김필례,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권기옥, 전라도 광주와 충청도 천안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임진실과 황금순 등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여성들(국가보훈처 등록 전체 독립유공자는 13,744명 중 여성은 246명)의 면면이다.

이처럼 우리는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아내, 여동생, 누나, 딸인 이들의 나라를 위한 사랑이 있었기에 해방을 맞을 수 있었다. 이들은 오직 빼앗긴 땅에 봄을 되찾고자 강한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맨몸으로 독립운동의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여성이라 연약하다는 편견을 없애고, 나라를 사랑하는데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다는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이들에게 성별은 중요치 않았다. 단지 나라를 지키기 위한 한명의 애국자였을 뿐이었다. 여전히 일제의 경제적, 문화적 식민지 시대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방 일등공신인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온전히 기억하는 이들은 없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간혹 몇몇 여성독립운동가들이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금방 잊히고 말았다. 이 나라의 독립을 이끈 숨은 주역들임에도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이들의 자손들도 누구 하나 돌봐주는 이 없이 가난과 직면해 있다. 여성독립운동가의 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히려 친일파들은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며, 오늘 대한민국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누군가는 조국의 통일을 지켜보지 못한 채 차가운 만주벌판에서 유명을 달리할 때, 누군가는 배부른 돼지마냥 떵떵거리며 질긴 생명력을 이어갔다. 이들이 소위 말하는 오늘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소리소문 없이 지우고, 자신들이 마치 독립운동의 주체인 마냥 떠드는 세력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훗날 언젠가는 역사의 심판대에 올라 후손들에게 질타를 받는 날이 온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다. 다만 이들이 믿고 있는 것은 역사의 진실이 잊히지 않을 때의 일이다. 진실마저 잊힌다면 독립운동가들은 역사 속에 영원히 묻히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후대에 알리고, 특히 숨겨진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는 작업에 적극 나설 때이다. 특히 한국사회 여성단체들이 힘을 한데 모아 여성독립운동가들을 행적을 재조명하는 사업에 온 힘을 기울일 시기이다. 여권신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대의 문을 연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여성들마저 몰라주면 이는 스스로 후퇴의 길을 걷는 셈이다.

손발이 모두 부르터 거칠어져도 대한민국의 독립을 외쳤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는 것이 이 시대 여성들의 숙명인 것이다. 여성의 몸으로 남성들도 하기 힘든 독립운동을 벌인 역사를 재조명하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야할 평화통일의 길을 발견하는 지름길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이 땅의 여성들이 과거 독립운동을 벌였던 선배들의 정신을 기려 이 나라의 평화를 도모하고, 부흥과 발전을 선도하는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하는 원년으로 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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