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호 관 목사
며칠 전에 후배 목사로부터 헌금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참고인 진술서를 작성하여 보내 달라는 부탁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담당 검사에게 짧게 써 보낸 일이 있었고, 검찰청으로부터 참고인 진술을 위해서 출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 내용인 즉은 헌금액수가 생각보다 많은데 있었다. 그런 큰돈을 헌금으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심경이 변해서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참고가 될 것 같아서 우선 검사에게 제출한 진술서 전문을 밝히면 이러하다. “검사님과 사법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교단의 총회장을 지낸 목사로서 후배 목사로부터 십일조로 인하여 곤혹스러운 일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몇 가지 참고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교회의 운영경비는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금으로 충당합니다. 헌금은 말 그대로 자원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헌금일 뿐 전혀 강제성은 없습니다. 그 헌금명목 중에 십일조라는 헌금제도가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서 드리는 헌금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그 액수가 불신자들의 생각대로하면 상식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을 3억 9천만 원에 팔았고, 3천 9백만 원을 십일조로 바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십일조를 아낌없이 드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한예수교 장로회 헌법 제13조 교인의 의무와 권리에 관한 규정 제3항에“교인은 소속 교회에 온전한 십일조를 드릴 의무가 있고 교회의 운영경비와 사업비에 대하여 성심 협조하며 자선과 전도사업 및 모든 선한 일에 대한 노력과 금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십일조를 드리는 것은 교인의 의무임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검사님! 십일조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와 같이 진술하오니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몇 단어를 수정했으나, 원문그대로 임) 이런 진술서를 보냈고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으나 출석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정하여 정한시간에 검찰청에 나갔다. 사건경유를 들었고, 반환소송을 낸 사람의 헌금봉투 복사본도 살펴 볼 수 있었다. 그 봉투에는 상당한 달필로<주님께 榮光, 凡事에 感謝, 聖靈의 引導>라고 분명하게 써있었다.

조사관은“이런 봉투를 사용해서 받친 경우 헌금으로 보입니까?”라고 물었고 “나 뿐만 아니라 어떤 목사라도 헌금으로 볼 것입니다.” 모든 내용을 밝힐 수는 없으나 교회의 헌금에 관한 일반적인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곁에서 조사과정을 듣고 있던 검사가 물었다.“목사님, 교인이 헌금을 했고, 그 헌금을 되돌려 달라하면 돌려주어야 맞는 것이 아닙니까?”나는 분명하게 대답했다.“검사님께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반환하는 게 옳다는 취지로 이 문제를 다루시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문제는 법정에서 다루어질 문제가 아니며 법적으로 쟁점화 될 문제가 아닌데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목사로서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한국교회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이 내제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헌금에 관한 문제입니다. 반환을 요구하면 당연히 반환해야 한다는 판례가 만들어지면 그 후로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인가? 그것을 생각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취지로 답했고 충분히 이해가 된다는 답도 들었다. 새로 만들어진 우리 교단의 헌법 책을 수사관에게 전달했더니만“이런 것도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예 교회는 무법천지가 아닙니다. 질서가 있고 법이 있습니다.”이렇게 대답하는 내 모습이 참으로 작아 보이는 것은 웬일일까 싶었다.

이제 헌금이라 해서 무턱대고 받을 일이 아닌 그런 환경에서 목회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실로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롭지 않으면 이런 어려움을 얼마든지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사석에서는 돈 봉투(=헌금명목)를 받아서는 안 된다.

교회재정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 보다 더 큰 혼란과 어려움은 이미 예고 된 바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헌금의 자발성과 자원성이 지켜져야 하고, 구약적인 십일조 교육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바른 십일조 교육으로 연보로 인한 어려움을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헌금을 받으실 때 반환청구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으시는 것은 어떨 까요?”조사관의 이 말이 나를 참으로 아프게 한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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