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예수께서 눈멀고 벙어리 된 병자를 고쳐주셨을 때이다. 백성들은 경이로운 반응을 보인 반면, 바리새인들은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힐난한다. 사탄은 인간을 갖가지 고통과 질병에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대적하고, 하나님 나라를 전복시키는 존재이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를 하나님 나라를 전복시키기 위해 몰두하는 사탄의 힘을 빌린 자로 매도한 것이다. 사익을 위해 나라를 파멸로 이끄는 자들이 애국의 이름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매도하는 것처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구박한 자들이 애국자로 둔갑하는 것처럼, 도둑이 주인을 도둑이라고 나무라는 식이다. 그래서 사탄의 계략을 간파하는 게 중요하다.

예수께서 이런 바리새인들을 향해 하신 말씀은 사탄에 대한 핵심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질 것이요 스스로 분쟁하는 동네나 집마다 서지 못하리라”(마 12:25). 사탄은 분쟁을 일으키는 자이다. 아니 분쟁으로 사는 자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깨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는 게 사탄이 하는 일인 것이다. 우리 시대에도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분쟁을 일삼는 자들이 있다. 그런 자들이 성공할 때마다 나라는 암울한 세계로 곤두박질친다.

사탄은 또 두려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바울이 나이 어린 디모데를 고린도교회 사신으로 보내면서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두려움 없이 너희 가운데 있게 하라” “저를 멸시하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가 있다. 어느 공동체이던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두려움을 가진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두려움은 사람을 인격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무엇보다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다. 소외, 모멸감, 미움, 배척, 원수 맺기 등 모두 사탄이 인간을 파멸시키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수법들이다. 영악한 시대에 사탄은 사람들이 어리석을수록 신바람난다. 간교한 자들은 온갖 그럴듯한 정보를 쏟아내며 백성들이 어리석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악한 시대를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은, 은혜를 사모하는 것 못지않게, 시대를 분별하는 지혜와 지식을 지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탐욕을 버려야 한다. 탐욕은 사탄이 가장 즐겨하는 먹잇감이다. 시대가 악하다. 이럴 때일수록 사탄의 계략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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