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침어낙안(沈魚落雁)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고기를 물속으로 가라앉게 하고 기러기를 땅으로 떨어지게 할 만큼 그렇게 아름답다는 뜻이 되겠는데,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설결(齧缺)과의 대화에서 왕예(王倪)가 말한 이야기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사람은 소와 돼지를 먹고, 사슴은 풀을 먹으며, 지네는 뱀을 맛있어 하고, 솔개와 까마귀는 쥐를 즐겨 먹는다. 이것은 타고난 천성으로 어느 쪽이 과연 올바른 맛을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원숭이는 편저(猵狙)라는 보기 싫은 다른 종류의 원숭이를 암컷으로 삼고, 사슴은 작은 사슴 종류와 교미를 하며, 미꾸라지는 다른 물고기와 함께 논다. 모장(毛嫜)과 여희(麗姬)는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절세미인이다. 그런데 고기는 그녀들을 보면 물속으로 깊게 숨어버리고, 새들은 높이 날아가 버리며 사슴들은 뛰어 달아난다. 이들 네 가지 중에 과연 어느 쪽이 천하의 올바른 미(美)를 알고 있다고 하겠는가, 내가 볼 때 인의(仁義)니 시비(是非)니 하는 것도 그 방법과 한계라는 것이 서로 뒤섞여 있어서 도저히 분별해 낼 수가 없다.” 이 이야기 가운데, “고기가 보면 깊이 들어가고[어견지심인(魚見之深人)], 새가 보면 높이 난다[조견지고비(鳥見之高飛)]고 침어낙안이 모장과 여희 같은 절세미인이란 뜻으로 쓰이게 된 모양인데, 이것은 분명 잘 못 쓰고 있는 말이다. 고기가 물속으로 들어가고 새가 높이 나는 것은 그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피해 달아나는 것이지, 미인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미인이 아니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절세미인이기 때문에 고기가 숨고 새가 피한 것으로 속단을 한 나머지 어심입(魚深入), 조고비(鳥高飛)란 말을 “침어낙안”이란 말로 바꾸어 뒷날 소설 같은 데서 미인의 형용사로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침어낙안이란 말의 대귀(對句)로 달을 구름 속에 숨게 하고 꽃을 부끄럽게 만든다는 뜻의 폐월수화(閉月羞花)란 말이 생겨났다.(출처 : 고사 명언 명구 사전)

작금에 북괴의 목함지뢰 매설로 우리 수색대대원들이 큰 부상을 당함으로 대북방송, 응징, 남북대화에 까지 이르렀으나, 그 협상결과에 대한 발표에 있어서는 남북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아니 서로 마주보고 장시간의 협상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들이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가 갸우뚱해 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겠다. 특히 남북 간의 대화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남북 간 뿐만 아니라, 모든 외교상에서도 좀 더 명확한 명시를 요하는가 보다. 국회, 정치, 사회각계각층은 물론 교계에서 까지도 명확치 않은 합의는 우선 방편에 불과한 것임을 종종 보아 왔다. 그럼으로 현실적으로는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으며, 북괴는 무엇을 취했다 할까” 하는 궁금증만 남을 뿐이다. 따라서 말, 표현 등에는 화자(話者)간의 정직(正直)함에서 우러나는 진실(眞實)하고도 진지한 깊은 대화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더더욱 그러하다.

위의 왕예(王倪)의 말에 대하여서도 “모장과 여희 같은 ‘절세미인(絶世美人)’이란 뜻으로 쓰이게 된 모양인데, 이것은 분명 잘 못 쓰고 있는 말이다.” 는 해석에, 현대의 우리로써는 “침어낙안(沈魚落雁)이란, 비유(比喩)를 들어 모장(毛嫜)과 여희(麗姬)의 미(美)를 극대화하며, 그 누구도 그 미를 제대로 평가 할 수 없음과 같이,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나, 옳고 그름, 말다툼 등은 분별이 어렵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말은 당시의 상황과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옮김은 과장되거나, 매우 부적절한 방향으로 유도 될 수도 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이는 마음의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니라”(눅6:45).

한국장로교신학 학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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