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호 관 목사
벌써 오래된 과거지사가 되어 버렸지만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장로교 제90회 총회는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되는 검은 한 획을 그은 해로 기억하고 있다. 예장 측(구 합동 측)과 개혁측은 합동이냐? 영입이냐? 하는 가르마도 제대로 타지 못한 채로 3,500여 교회가 마치 불랙 홀에 빨려 들어가듯이, 쓰나미에 밀려가듯이 일만 교회운동의 제물이 되어 흡수당한 후로 개혁교단은 존폐를 염려하며 10년 가까운 세월을 위기의식 속에서 힘겹게 지탱해야만 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구 개혁교단에 속한 지 교회들과 목회자들이“하나 되어 회복해야 한다.”는 열화와 같은 성원과 기도응답으로 2,000여 교회를 아우르는 중견교단으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건강하고 안정된 교단으로 발 돋음 하는가 싶었는데, 총회를 눈앞에 둔 이 중요한 시점에 해묵은 고질병이 도지고 말았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99회 총회에서 합동전권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가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신학교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런대로 잘 꾸려 왔다. 그런데 교단신학교를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합동지상주의자들이 개신대학원대학교가 속한 개신 측과 무리한 합동을 급히 추진하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제99회 총회는 합동전권위원회를 구성하면서 DNA가 같은 즉, 신앙과 신학이 동일한 교단과 합동을 추진할 밑그림을 그린바 있다.

합동전권위원회는 우선 개혁의 지류인 종로 측, 그리고 여러 가지 선결해야 될 문제를 안고 있지만 교단목회자들이 신학의 고향쯤으로 여기는 개신대학원대학교를 품고 있는 개신 측과 합동을 이루어 뜻 있는 100회 총회를 맞이하면 좋겠다는 희망 섞인 미션을 공유하였다. 그러나 1년 내내 교단 본부는 물론 총회장도 모르게 비밀리에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합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과 설만이 무성할 뿐 진척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다가 총회규칙대로 공천위원회가 조직되고, <임원 및 총무 선거관리위원>을 비롯하여 재판국과 상비부 구성까지 마치고 선관위는 교단 기관지인 개혁신문을 통하여 임원 및 총무 후보자 등록공고를 게재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총회적 행위는 이미 제100회 총회준비에 돌입하였다는 선언인 셈이다. 개혁신문에 게재된 선거공고를 따라서 교단을 섬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후보자들이 등록을 거의 마친 시점에 생뚱맞게 3개 교단합동운동이 결실하여 합의문에 대표자들이 서명했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싶더니만 그 합의문이라는 것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니면서 일파만파 파도를 일으켰다. 교단을 사랑하고 100 총회를 기다리던 목사 장로들의 손에 괴문서급 합의문이 전달되면서 기쁨의 환호성이 아니라 깊은 시름어린 탄성과 우려의 소리가 드높아졌다.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한 총회장은 장고 끝에 긴급임원회를 소집하였고, 임원회는 총회의 당면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실행위원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결의에 의하여 지난 28일(금요일) 오후에 긴급 소집된 실행위원회는 매우 진지하게 무려 3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이어 갔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총회가 다시 갈라지는 아픔만은 막아야 한다.”는 건강한 사고를 가지고 토의에 임했다. 위원들의 이런 간절한 뜻이 합동전권위원들에게 전달이 되었음인지 정회 중에 현장에서 회집된 합동전권위원전체회의는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아주 건전한 결론을 도출했다.

그 내용을 대략 정리하면“교단합동 논의는 100회 총회이후에 허락되면 다시 추진하기로(조00 목사 사후에나)하고, 합동전권위원회의 활동은 교단의 안정을 위하여 여기까지입니다.”하는 짧지만 함축성 있는 위원장의 발표가 있었고, 위원회는 이 보고를 박수로 받았다. 그런데 월요일 오후, 기세당당한 스마트 폰을 이용하여<합동합의문>이라는 괴문서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상식을 초월한 거짓 문서였다.“지난 실행위원회에서 원만한 교단합동이 타결되었으나 오해된 부분이 있어서 설명이 필요하여 급히 모임을 주선하였다.”는 어이없는 공지문이었다.

누구의 소행일까? 짐작이 간다. 총동원된 안테나에 걸린 소식을 종합하면 선거관리위원장 박00 목사와 전 총무 최00 목사의 작품일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이런 엄청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 나은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출발하려는 총회의 발목을 이렇게 잡아 앉히려는 검은 속셈과 횡포의 끝은 과연 어디쯤일까? 깊이 우려하며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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