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이 교만하여 군림한다면 큰 착각…겸손으로 허리를 동여라
소외되고 헐벗은 이웃과 형제들에게 사랑 베푸는 일에 헌금 사용해야

△목사님, 반갑습니다. 종교개혁주일 특별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98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 가톨릭 신부였던 마르틴 루터가 당시 교황과 성직자들의 만연한 폐습을 지적한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하면서 종교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매년 10월 마지막 주일을 우리 개신교에서는 종교개혁 주일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당시 가톨릭은 심각하게 부패한 상태였습니다. 교직을 돈으로 매매하였고, 16세기 초에 와서는 심지어 사람이 죄 사함을 받는데 면죄부를 사면 죄 사함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며 그런 일을 교황청에서 감행했습니다. 루터는 이에 대해 돈으로 죄를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은 기독교 복음의 본질에서 변질된 것이며, 선량하고 무지한 민중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교황청의 기만이라고 공격하며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게시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성서의 권위와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세속적인 신앙에서 초대교회신앙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교회가 세속화되고 교회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할 때, 교회는 부패하고, 세상은 혼탁해지고, 사회는 전반적으로 어두워졌습니다. 이처럼 종교개혁은 우리 개신교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500여 년이 흐른 지금 교회 안팎에서는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부패했다는 것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교회에 복음이 들어온 지 130년 동안 세계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성장하고 부흥한 것은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사변을 겪으면서 그 극심한 고난 속에서도 교회가 꿋꿋이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외형적으로는 성장하여 거대하게 되었지만, 문제는 내부적으로 지도자들이 성직자의 소중한 사명을 망각하고, 16세기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킬 당시와 흡사한 부패의 일로를 걷고 있는 것입니다.
지도자들이 본질을 상실하고 명예욕과 물질욕에 눈이 어두워 세속화 되는 현실을 보면서 통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시급한 문제는 본질회복과 회개운동인 것입니다. 지도자들이 회개할 때 병들고 무너져 가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성령의 바람이 일어나서 변화될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교회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데에는 소위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지도자들은 교회 안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사료됩니다. 특히 목사님께서는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를 이끄시면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위한 일들을 고민해 오셨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교회의 위상 추락과 위기가 한국교회 지도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면 앞으로 어떤 반성과 실천적인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할까요.

=주님의 교회는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죄악으로 관영한 이 사회에 나가서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야 하는데, 지도자들은 타락하여 맛 잃은 소금이 되고, 꺼져가는 등이 되며, 불신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1919년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으 려고 궐기했던 3.1운동 때 33인의 민족대표 중에 목사, 장로, 성도 16명이 민족대표가 된 것은 한국교회의 위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은 정치적으로 부패했고, 사회적으로 타락하였으며, 종교마저 무기력하여 나라가 기울어져 갈 때, 요한 웨슬레 목사는 혜성과 같이 등장하여 도시와 산간을 순례하면서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재건하는데 생명을 쏟았던 것입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작금에 처한 상황을 주지하면서 안일과 위선의 자리에서 일어나 상실한 도덕성과 양심을 회복하여 병들고 침체된 교회개혁운동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현재 한국교회는 세대교체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70-80년대 한국교회 부흥과 성장을 이끌었던 목사님들이 하나둘 소천하시면서, 새로운 지도력을 갖춘 차세대 리더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임목회자 청빙과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이나 사위 등에게 교회를 세습하여, 교회가 사분오열되고 성도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성도들이 커다란 상처를 받고,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목사님이 시무하셨던 한강중앙교회의 후임목회자 청빙과 리더십 교체 과정은 한국교회에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가 법과 절차에 따라 청빙과정을 순리대로 따르고, 서로 협력하면서 상생의 목회를 펼쳐 나가는 모습은 성도들의 신앙을 더욱 견고히 하고, 복음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오늘날 일부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목회 세습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한국교회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세대교체가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담임목회자는 교회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고, 주님인 것을 명심해야 하는데, 자신이 주인이라는 착각에 빠져 벌어지는 세습문제로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정서는 세습을 원치 않는데 목회자의 욕심 때문에 세습을 강행하므로 교회에 시험과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서 세상 법정에까지 가므로 전도의 문이 막히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 은퇴하는 목회자 자녀가 인격과 덕망이 훌륭하고 지도력이 탁월하여 전체 교우들의 존경받는 분이라면 교회 절차를 거쳐서 후임자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각 부문에서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는 양극화현상으로 사회보다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보수교회와 진보교회가 좁혀지지 않는 이념적 평행선을 그리고 있고, 부자교회와 가난한교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극심한 위화감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또한 목회자와 목회자간, 목회자와 교인간, 교인과 교인간의 양극화 또한 심각한 수준입니다. 양극화현상의 해소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재정적 부흥으로 인하여 목회자들이 교만하여 왕자로 군림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이로 인하여 대형교회 지도자들은 작은교회 지도자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은 유감입니다. 또한 보수교회와 진보교회 지도자들은 서로 비난하고 갈등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병폐입니다.
주님의 피로 세운 모든 교회는 한 몸인데, 대형교회든, 개척교회든 목회자들은 한 지체이므로 주 안에서 하나가 되어 지옥으로 가고 있는 영혼구원에 매진해야 합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고, 민족 복음화를 위하여 7전 8기해야 하겠습니다.

△대형교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형교회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재정의 투명성 문제, 대형교회당 건축 문제, 윤리적인 문제 등 그 원인도 각양각색입니다. 대형교회는 규모가 큰 만큼 지역은 물론 대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대형교회가 제 사명과 역할을 충실히 감당한다면 지역사회는 물론 전체적인 한국교회 이미지 제고에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형교회의 추문과 비리 문제가 언론지상에 등장할 때마다 한국교회의 위상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이는 종교개혁 당시 부패했던 가톨릭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대형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문제점을 돌파해 나갈 대안은 없을까요?

=근래에 와서 사회적으로 등장하는 일부 대형교회에서 일어나는 부덕한 문제들은 불신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다름이 없습니다. 일부 대형교회 지도자들의 성직타락은 자신을 방임하고 관리부족으로 벌어진 사건입니다,
불신사회에서도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교회 지도자들에게 일어난 것은 사탄의 계략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대형교회는 재정적으로 풍부하여 담임목사가 마음대로 헌금을 남용하는 것은 절대 부당한 것이며, 공적으로 절차를 거쳐서 사용해야 됩니다. 목회자들은 대형교회를 건축하여, 자신의 명예를 과시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어려운 개척교회와 농어촌교회를 돕는데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교회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많은 교단과 단체들이 난립해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한국교회 안에 속해 있는 교단의 수만도 300여개에 이르고, 각 연합단체들도 수십여 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교회가 통일된 하나의 목소리는 내는데 커다란 제약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교단이 연합과 일치운동을 폄에 있어서도, 각 교단이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우고, 이를 고수함으로써 연합과 일치운동의 정신을 해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운동의 현 주소를 진단해 주시고, 하나의 한국교회를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기울여 가야 할지 목사님의 소신을 밝혀 주십시오.

=제가 1975년부터 12년 간 여의도에서 모인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상임총무로 봉사할 때, 한국교회 전체교단이 18개였습니다. 그리고 연합기관이 N.C.C와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뿐이었습니다. 그 후 교단이 분열되어 300개 교단이 되었고, 연합기관은 한기총, 한교연, 한장연 등 많은 연합기관이 등장하였습니다.
한국교회 분열은 그 책임이 평신도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지도자들에게 있습니다. 분열은 사탄의 역사이고 하나가 되고 연합하는 것은 성령의 역사입니다. 예수님은 하나 되는 것을 원하시고 믿음으로 뭉치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한국교회 사분오열의 책임을 지고 교단지도자들은 철저히 회개하며 제 2, 3의 분열을 막아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구제와 나눔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구제비가 교회 전체 예산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고아와 과부 등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몸소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본받아 아낌없는 사랑을 실천해야 할 한국교회는 인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간 목사님께서는 성서의 중심사상인 나눔과 섬김을 통한 사랑의 선교를 회복에 매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산하에 사랑실천운동본부를 조직, 헌혈운동이 한국교회를 넘어 범국민운동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매년 성탄절과 연말연시마다 노숙자를 위한 위로회를 개최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나눔운동을 자세히 소개해 주시고, 구제비가 전체 교회 예산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해 주십시오.

=사랑의 나눔과 섬김은 예수님의 소원인 것입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교회도 있지만, 대형교회 가운데 무관심한 교회도 많습니다. 특히 선교는 주님의 지상명령이므로, 지구상에서 복음을 받지 못한 미전도 종족에게 선교사를 파송하여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에서는 1992년부터 국민일보와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사랑의 헌혈운동을 전개하여 33년 동안 피가 부족하여 사경을 헤매는 이웃들을 살리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리고 12월 성탄절이 오면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자 500명을 초청하여 선물을 나누며 격려하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비용은 본 회 회원들의 성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교회들은 하나님께 드린 귀한 헌금을 자체 교회 운영에만 사용하지 마시고, 소외한 이웃! 헐벗고 고독한 형제들에게 사랑을 베푸는데 고귀하게 사용하시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대담=유달상 편집국장
정리 및 사진=이재호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