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호 관 목사
금년 10월 말일로 교회개혁은 498주년을 맞이한다. 중세기 교회에 짙게 드리운 어두움을 밀치고 개혁의 선봉에 서서 새로운 빛으로 교회를 밝히고, 질식해 가는 교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은 신앙의 거목들이 한 없이 그립다. 누구나 쉽게 말하는 한국교회의 위기론을 잠재우고 교회의 새 지평을 활짝 열어 보일 오늘의 루터를 어디에 숨겨 두셨을까?

루이스 수아레스는 현재 세계최고의 빅 클럽인 바르셀로나 주전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87년생 우루과이 출신 젊은 축구선수다. 축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별명이 핵 이빨이라는 것 정도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세 번이나 이빨의 위력을 유감없이 나타내 보였으니 그런 별명을 얻을 만도 하다. 첫 도발은 아약스 시절 아인트호벤의 미드필더 오트만 바칼의 목을 깨물었다가 7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리버플 시절에는 12~13 시즌 첼시와의 경기도중에 수비수 이바노비치의 팔을 깨물고 10 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세 번째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상대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의 왼쪽 어깨를 문 것이다. 그 사건으로 해서 4개월 출전정지 처분과 별도로 A매치 9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의 영상이 반복 재생되면서 그의 핵 이빨 행위는 전 지구촌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남의 어깨를 물고는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쇼까지 했다. 결국 전 세계 모든 언론의 비난을 받고 혹독한 징계를 받았다. 세계 축구 펜들은 예외 없이 수아레스를 비난했지만 우루과이 국민들은 오히려 그를 감쌌고, 우루과이 언론은 그를 옹호하고 대변했다. 그가 귀국할 때 우루과이 사람들은 공항에 나와 열렬히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술 더 떠서 우루과이 대표 팀 타바레즈 감독은“수아레스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좋아하는 언론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교회를 헐 목적으로 작심하고 나선 안티 기독교 네티즌들의 말까지 수용하라는 오지랖을 펴지는 않겠다. 그러나 우루과이 사람들이나 대표 팀 감독처럼 맹목적으로 감싸고 옹호하는 자세는 개혁을 위하여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다. 루터의 충정어린 비판과 도전을 달게 수용했더라면, 비텐베르그 대학교회의 정문에 붙였다는 95개 항목의 대자보에 성의 있는 대답을 하고 개선의 의지를 보였더라면 오늘의 교회는 어떠했을까? 오늘의 한국교회는 불행하게도 교회를 새롭게 할 선한 목적으로 교회를 비판하는 비판자도, 그런 비판을 달게 수용할 교회를 갖지 못했다. 교회가 이 지경이 되기 전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교회를 향한 경고성에 대하여 귀를 막지 말아야 한다. 일찍이 한국교회의 대형화에 대하여, 그리고 제왕적 목회에 대하여 날카로운 비판과 경고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귀를 기울여 듣기는 고사하고 비판자를 내부 고발 자 혹은 포도원을 허는 여우새끼로 매도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무분별한 내 식구 감싸기가 오늘의 슬픈 교회 상을 양산한 것이다. 지난 해 연말쯤으로 기억된다. 기독교 언론계에서 종사하는 기자들을 초청한 간담회에 스피커로 나선 어떤 목사의 간곡한 호소(?)를 잊을 수가 없다. 안티 가독교의 비판도 견디기 힘든데 기독교 언론까지 가세하여 비판하고 공격하면 교회는 어쩌란 말이냐며 제발 잘 써달라던 그 모습이 선하다. 핵 이빨 수아레스를 감쌀 뿐만 아니라 환영하고 환대한 우루과이 국민들과 기자들에 비하여 전혀 나을게 없지 않은가?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비판하지 말라하신 주님의 말씀을 여기 적용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다. 언론의 기능가운데 하나가 비판성에 있다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이해만 가졌어도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진정한 교회의 개혁에 앞서 주님을 위하고, 그의 몸인 교회를 위하는 마음으로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회의 공룡화가 가져올 무서운 비극적 결과를 예견한 어떤 지성의 비판을 귀넘어들은 대가를 오늘의 한국교회가 치르고 있다면 이제라도 겸허하게 수용하고 개혁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 교회는 소망이 있는 것이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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