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서 영 목사
“감사함으로 그의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으로 그의 궁정에 들어가서 그에게 감사하며 그의 이름을 송축할 지어다. 여호와는 선하시니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고 그의 성실하심이 대대에 이르리로다”(시100:4~5).
요즘 사람들은 감사를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감사할일이 없어서도 그렇겠지만, 감사할 일이 있어도 본인들의 실력만 뽐낸다. 안타까운 것은 하나님을 믿는다는 크리스천들도 감사에 많이 인색하다는 점이다. 바라는 청은 많은데, 정작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는 부족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실제로 성도들을 찬찬히 살피면 예배당에 들어설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소원을 일장연설처럼 늘어놓기에 바쁘다. 대표기도에서도 이러한 것은 그대로 드러난다. 저마다 소원의 열매만 가득할 뿐 감사의 열매는 흔치 않다. 우리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만 해도 감사한 마음이 호수처럼 흘러 넘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어찌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성경 속 다윗은 하루에 일곱 번 하나님을 찬미하라고 했다. 그만큼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와 축복에 감사하라는 뜻이다.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찬미란 사망의 골짜기, 죽음의 골짜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찬미를 드리지 않는 한국교회는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은 바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교회의 첨탑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겸손하지 않다. 교회의 첨탑처럼 뾰족하게 하늘을 찌르고 있다. 보다 크고 웅장한 교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첨탑의 표면적 모습을 자랑할 뿐이다. 맘몬과 바벨을 사랑한 나머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대속하신 사랑을 간과하고 있다. 감사를 모르는 한국교회의 정착역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과거 타락한 중세교회가 밟았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수순이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세상적인 것에 목을 매지 말고,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세상적인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제 아무리 잘나가는 목회자라고 해도 소명을 잃어버리면 그 삶은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같은 맥락으로 감사를 모르는 교회는 그 생명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따라서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야할 목회자와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과 이웃에게 감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근 신촌의 모교회가 예배당을 신축하면서 마치 벼가 고개를 숙인 것처럼 디자인했다고 들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이는 날카롭게 하늘을 찌르는 일반 첨탑의 모습과는 상반된 것으로 진정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늘을 향해 구부정하게 고개를 숙인 예배당은 비록 외관상으로는 멋지지 않을지 몰라도, 건물임에도 충분히 내면적으로 멋진 모습이다.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가 이 교회의 예배당 모습처럼 주의 종으로서 낮은 자의 자세로 겸손히 섬기는 모습을 보이길 소망한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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