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호 관 목사
추수 감사절은 금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시편기자의“내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꼬”하는 구절을 떠올리지 않아도 마땅한 절기가 아닌가 싶다.

경건한 삶을 추구하던 청교도 102명은 영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1620년 메이플라워호라는 작은 배에 올라 66일 간의 험악한 항해 끝에 그해 11월20일 신대륙 플리머스 항에 상륙했다. 그해 겨울에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 언 땅에 묻어야 했지만 생존자들은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이듬해 봄에 황폐한 땅을 개간하고 씨앗을 심어 가을에 곡식을 수확할 수 있었다. 이에 청교도들은 고마운 인디언들을 초대해 추수한 곡식과 채소, 과일이며 야생 칠면조를 잡아놓고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이것이 추수감사절의 효시로 기억한다.

하나님께서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해마다 세 가지 절기를 꼭 지키라고 명령하셨다. 구원과 해방의 절기인 유월절, 첫 곡식을 거둠에 이를 감사하는 칠칠절, 그리고 해의 끝 무렵에 곡식을 거두어들인 후에 감사의 절기로 수장절을 지키라 하심이 그것이다. 절기를 지키라하심에는 은혜를 잊지 말고, 감사하며, 지내온 역사를 기억하라는 대의가 숨겨져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특징 중에 하나가 감사부재, 감사실종일 것이다. 바울 사도가 말세의 징조들을 예언하면서 그 중에 하나가 감사하지 않는, 감사를 모르는 것이라고 예언한 그 말씀의 성취라 해도 어색하거나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때에 맞이하는 추수감사절이기에 그 의미를 새롭게 하여 감사를 회복하는 기회로 선용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회수입예산에 있어서 추수감사헌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그 만큼 감사에 열심이었고 절기를 지킴에 있어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데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형편이 매우 달라졌다. 교인들의 수입원이 다양해 졌기 때문에 십일조가 증가한 원인도 있겠으나 감사절 헌금이라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목회자 역시 절기헌금을 강조하여 가르치지도 않는 것이 실상이다. 그러나 추수헌금은 여전히 강조되어야 하고,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이 교회의 수입원으로서 헌금이 아니라 바른 동기를 부여함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어떤 목사는 헌금 계발(啓發)론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지만 헌금은 의무로서가 아니라 특전이요, 특권으로 인식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도바울은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마게도냐 지방교회들로부터 연보를 모음으로 교회연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마게도냐 교회는 환난의 많은 시련 가운데서 넘치는 기쁨을 유지 했고, 극한 가난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연보를 넘치도록 드린 그 내용을 고린도 교회에 모범으로 제시하였다. 연보는 억지로가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고, 인색함으로 할 것이 아니라 힘대로 해야 하며, 더욱 힘에 지나도록 할 것을 가르쳤다. 목적이 분명하고, 쓰임새가 투명하다면 지금이라고 그런 역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절대 없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의 마음에 역사하시기 때문에 그러하다.

금년도 추수헌금 예산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그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방법은 바울의 그 방법과 다를 수 없다. 분명한 목적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 분명하고 명쾌한 목적과 동기가 바로 선교요, 선교사 후원일 것이라 싶어서 이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우리 개혁교단은 상당한 기간 동안 추수감사헌금의 십일조를 모아서 선교 최전방에서 땀 흘리는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에 사용하고 있으며, 적잖은 교회들이 호응하고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교회라고 다를 리가 없다. 예루살렘 교회를 사랑으로 도와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른 합리적이고 영적인 동기를 부여하여 구제연보를 거둔 바울의 전략은 지금도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믿어진다. 금년도 추수감사헌금은 어디로 보낼 것인지? 교회 자동차를 바꾸자는 식의 발상이 아니라 더 넓고 큰 목적을 개발한다면 목표는 초과 달성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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