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이스라엘의 처음 왕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사망했을 때이다. 사울 진영에서 왔다는 젊은이 하나가 사울의 왕관과 팔찌를 들고 다윗 진영을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이미 죽게 된 사울이 자기를 불러 죽여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그의 왕관과 팔찌를 벗겨 가져왔다는 것이다. 소식을 들은 다윗은 큰 충격을 받고 슬퍼하며 탄식한다.

슬픔을 추스르고 난 다윗은 사울 진영에서 왔다는 젊은이를 불러 심문한다. “너는 어디 사람이냐.” “아말렉 사람 외국인(‘겔’/나그네, 기류민)의 아들입니다.” 젊은이의 대답이다. ‘겔’은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보호받으며 사는 다른 부족을 지칭한다. 젊은이는 ‘겔’로서 이스라엘을 대적하는 블레셋과의 전장에 나가 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틀림없이 어떤 보상을 노리고 사울의 왕관을 가지고 다윗 진영을 찾아온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 사울 왕을 죽였다고 자백한 데 있다. 다윗은 젊은이가 자기 입으로 사울을 죽였음을 자백하자, “주께서 기름부어 세운 자를 죽게 한”(삼하 1:14) 죄를 물어 처형한다. 돌이켜 보면 자신의 정적을 대신 죽여준 자이니 크게 상을 줄 법도 한데 다윗은 그러지 않고 감히 이스라엘의 왕을 죽인 자를 엄벌한 것이다. 통일 왕국을 건설한 다윗. 정적임에도 나라의 명예를 먼저 생각한 다윗의 품새가 그러하다.

나랏일을 맡은 공직자가 보상을 노리고 배신을 식은 죽 먹듯이 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일제 때는 말할 것도 없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크게 쓰임 받은 전 국정원장 김만복도 그 중 하나 아닐까 싶다. 그는 지난 8월 27일 팩스로 새누리당에 입당하고 당비도 꼬박꼬박 내면서 민주당 행사에 참석하여 친노 인맥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1974년 중앙정보부에 입사해 유신 절정기인 1970년대 후반 서울대 학원사찰 요원으로 활동하며 민주진영 사람들을 괴롭힌 인물이다. 그러함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를 신임하여 나라의 중책을 맡기기까지 했는데, 그런 사람이 자신이 섬기던 사람의 목을 들고 정적에게 갖다 바친 꼴이 된 것이다. 하지만 김만복의 행보가 아말렉의 젊은이와 다른 점이 있다. 다윗은 감히 이스라엘의 왕을 죽였다는 아말렉의 젊은이를 처형했는데,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우리당에 희망이 있다는 의미”라며 그런 사람을 환대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저들이 말하는 희망이라는 게 무엇인지 보이지 않은가.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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