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일개 기업에 의해, 영혼의 고향처럼 여겨졌던 예배당이 처참하게 파괴되고, 거리에서 예배드리는 처지임에도 세상은 무심하니 울적한 마음 가라앉지 않습니다. 우리 삼일교회를 파괴시킨 당사자 가운데 하나이거나 방조자인 은평구청은 지난 12월 1일(화) 오후 구청 마당에 성탄트리 점등식을 한다며, 관내 목사님들을 모시고 예배도 드리고, 그럴듯한 만찬도 대접했다는데, 목사님들은 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겠지요. ‘참 좋기도 하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해서 심통만으로 볼 일도 아닐 것입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탐욕의 꼬락서니를 보면, 세상이 금방 망하지 않는 게 이상한데, 바다 건너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세상이 망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지 싶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가 딸을 낳고 자신이 가진 페이스북 지분 99%(시가 450억 달러/약 52조원)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는 소식입니다.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더욱 감동적인 것은 갓 태어난 딸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편지에는 딸에 대한 사랑과 함께 이들 부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며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기부의 이유에 대해서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피붙이를 뛰어넘는 인류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글로벌기업이라는 삼성물산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니다.

삼성물산에 삼일교회는 규모로 치면, 파리 콧등에 앉은 먼지보다 더 작을 터인데도, 주택개발조합이 삼일교회에 주겠다는 산꼭대기 대토부지마저 주지 못하게 훼방 놓고, 성소를 파괴하고, 엄동설한이 닥치는 이때 목회자와 교인들을 길거리로 내몬 행위는 양 아흔아홉 마리 가진 자가 제집에 온 손님 대접하기 위해 이웃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한 마리 양을 빼앗은 것 이상으로 치졸합니다. 특히 삼성물산에 분개하는 것은, 공권력도 아닌 일개 기업이 쥐꼬리만 한 자사 이익을 위해 집달리와 용역을 동원하여 성소를 침탈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탐욕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 옹졸한 기업도 가련하지만, 저커버그 부부와 같은 기업인을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미국이 연일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총기 난사 사고에도 그리 쉽게 망하지 않는 이유가 그런 게 아닐지. 우리에게도 그렇게 망하지 않을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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