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평소보다 한참 늦게 귀가한 ‘세희’는 멍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족들과 간 식당에서도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며칠 뒤 ‘세희’는 그날 학교에서 겪은 일을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친구들이 모여 앉아 자기 욕을 하고, “같잖은 게 친한 척한다. 재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아이가 안타까워 도와줬는데 그 아이는 되레 “네가 왜 날 신경 쓰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세희’는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항상 내가 미안하다고 먼저 그러는 게 너무 속상해” “나도 혼자 이겨나가는 걸 연습하려고 해”라고 말했다.~

저녁을 먹고 간 카페에서 ‘세희’는 “자퇴하겠다.”고 했다. 이야기 막바지에 세희 아빠가 물었다. “내일은 학교에 갈 거니?” ‘세희’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 갈 테니 하복 치마 길이를 줄여달라고 했던 ‘세희’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음악을 듣고 싶다며 언니에게 이어폰을 빌려 옥상으로 올라갔고, 그렇게 옥상에서 떨어졌다.

침상에서 악을 꾀하며 간사를 경영하고 날이 밝으면 그 손에 힘이 있으므로 그것을 행하는 자는 화(禍)있을진저 (미가서 2:1).

6월 중순 ‘세희’가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학교에서 첫 번째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렸다. 그러나 ‘세희’는 22일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숨을 거뒀다. 26일 ‘세희’ 부모가 학교에 찾아갔다. “한 달 넘게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학교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 구체적으로 언제 누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는 “‘세희’가 친구들한테 서운했던 것 아니냐”고 했다. ‘세희’ 엄마는 울면서 따졌다. “서운했다고요? 사람이 사람한테 서운하면 자기 목숨 끊나요? 선생님 자식이라도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나요? 한 대 때린 건 안 때린 거고 여러 대 때려야 때린 건가요?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맞아 죽는다고, 정도가 심해야만 학교폭력인가요?” ~ 폭력 앞에 사회는 얼마나 무기력한지. ‘세희’는 우리에게 “당신의 아이는 안녕 하시냐”고 묻고 있었다.(출처 : 경향신문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침상에서 악을 꾀하며 간사를 경영하고 날이 밝으면 그 손에 힘이 있으므로 그것을 행하는 자는 화(禍)있을진저 (미가서 2:1).

‘정약용’은 “아첨 잘하는 자는 충성스럽지 못하고 간쟁(諫爭) 하기를 좋아 하는 자는 배반하지 않는다. 이 점을 잘 살피면 실수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牧民心書 更換 6조 用人(목민심서 경환 6조 용인)]라고 하였다. 물론 “돈, 권력 등 세속의 힘에 아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의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 자신의 욕심을 위하여서는 지성도, 양심도, 신앙도 가볍게 팔아넘기는 사회, 정직, 진실, 정의 우정 등을 찾아볼 수없는 사회가 되어 간다면 ‘세희’와 같은 소리 없는 죽음은 늘어만 갈 것이다.

또한 이산가족들의 상봉과 더 아픈 가슴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기에 흘리는 통한(痛恨)의 눈물을 바라보며 일제 침략자들은 도리어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아픔이 남아 있음에도, 권력야욕에 집착한 왜곡된 우정으로 내편, 네편 등의 편견으로 다툼만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어 간다면, 약자를 짓밟는 육식동물 같은 이들이 우굴 거리는 사회가 될 것이며, 그러한 우리의 아픔으로 인해 발생된 그 어떠한 억울함이라 할지라도, 그 억울함을 풀어줄 어떤 국가도, 사람도 없다는 것을 늦기 전에 자각해야 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지성을 자처하는 이들이여 제발 거짓을 금하라, 아첨하는 입술과 두마음으로 말하는 것 등도 거짓말임을 모르는가(시11:1-8 참조)? 이제라도 뜨거운 가슴을 열어 보이라!

한국장로교신학 학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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