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일부터 목사, 신부, 스님 등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과세가 시작되는 가운데 한국교회 내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67석 가운데 찬성 195, 반대 20, 기권 50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세법상 기타소득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한 것으로 종교인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학자금이나 식비, 교통비 등 실비 변상액은 비과세소득으로 인정하도록 했고,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금액은 소득구간에 따라 차등화했다.

이에 따라 1968년 논의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됐던 종교인과세가 47년 만에 입법화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보수 교계는 물론 종교인과세를 찬성해 온 교계 진보 진영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실제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이전에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법을 다시 고치자는 의견이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기총 등 반대 목소리

종교인과세가 국회를 통과하자 한기총 등 보수 교계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한기총은 논평을 통해 “최근 국회에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을 명시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제출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제정하여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한국의 큰 교회들은 현재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법으로 강제성을 띠기보다는 교회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회와 교단들도 종교인 과세에 대해 자체적으로 공청회나 세미나를 가지면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납세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 미자립 교회들이 한국교회의 80% 정도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는 시기상조이며, 무작정 납세 문제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기총은 또 “성직자들이 마치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비취게 하는 여론에 편승하여 정부나 국회가 이 문제의 결론을 성급히 내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되, 시간을 가지고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함께 결론을 만들어 갈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종교인과세는 많은 법적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 법안이라서 향후 2년 동안 치열한 법 논리 공방이 다시 전개될 예정이다”라고 내다봤다.

언론회는 “조세 부과는 합리적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개정안은 우리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법적 다툼의 소지가 매우 크고 부당하다. 정부가 해방 이후 70년 가까이 지내오면서 종교인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었던 것은 단지 성직자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종교인들의 삶이 빈한했을 뿐더러, 또한 그 삶이 사회를 위한 헌신의 삶이었기 때문이며, 근대화 이후에는 소득세를 과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문제는 한국교회가 몇 푼의 종교인소득세를 내기 싫어서 반대해 온 것이 아니라,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합리적 법조항 마련이 미비 되었기 때문이었다. 조세는 합리적 법적 근거도 없이 여론몰이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회는 또 “법에서는 용어 선정이 중요하고, 그 해석에 따라 법적 책임과 권한이 따른다. 그렇다면 ‘종교인’ 이라는 법적인 단어 사용이 옳은가? ‘종교인’이라는 단어는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일반명사이지 성직자를 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성직자들을 종교인으로 묶는 것은 성직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엄연히 성직자들은 종교의 지도자들이다.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마다 명칭이 각각인 성직자들을 일반 신도들과 같은 종교인 이라 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와 국회는 합당한 법적 단어를 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종교인소득세라며 비정기적 소득에 부과하는 기타소득에 넣는 것은 종교인소득세 항목을 만들었다 해도 법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물론 성직자들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인정한다. 그러나 법리에 맞지 않는 것은 고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한 후, “그렇다고 근로소득세 항목이나 사업소득세 항목에 넣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성직자가 매월 정기적 생활비를 받는다고 해도, 근로자의 통상임금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소득세법상 독립적인 성직자소득세 항목을 별도 신설해야한다. 거기에 따라 소득세율과 공제항목도 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언론회는 이어 “극빈층에 속하는 성직자들의 복지 문제에 대한 대책도 아울러 마련되어야 한다. 근로소득자는 일정 소득기준에 미달하면 ‘근로장려금’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현행법은 기타소득에 들어가 있어서 극빈 성직자들은 이에 대한 혜택이 없다. 따라서 별도 성직소득세 항목에 따라 극빈 성직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회는 또 “성직자들이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거나 비과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법적 근거를 가지고 과세하라는 것이다. 금번 종교인소득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해도 향후 2년 동안 합리적인 논쟁과 대화로 적법한 과세 근거를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교인 과세 기타소득으로 분류…적법한 근거 만들어라
일각선 “국민여론상 더 이상 납세 자체 거부할 수 없다” 주장도

△교계 진보 진영서도 문제점 지적

그동안 종교인과세를 찬성해 온 진보 진영에서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본부 최호윤 회계사는 국회가 종교인 과세를 기타소득항목으로 분류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 회계사는 “과세한다는 것 자체,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느냐 하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 지역교회에 소속돼서 거기에서 일을 하고 받는 사례비라면 이것은 근로이고 또 근로라는 일 자체가 단순한 근로자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일을 한다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직분에 따른 일이라는 의미에서는 이것은 근로소득으로 봐야 되는 것이 맞다. 기타소득으로 처리하게끔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작은 교회의 경우 근로소득으로 처리하면 소득이 얼마 안 되니까 면세가 되지만 근로소득으로 신고를 안 하면 기타소득으로 보게 돼 버리기 때문에 작은 교회 목회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것을 권유했다.

최 회계사는 “큰 교회에 계신 분들은 이것을 종합소득신고도 하고 제대로 돌아갈 것이니까 괜찮다. 그런데 작은 교회에 계신 분들이라면 이것을 종합소득 신고를 못하면 원천징수세율로 끝나버리게 된다. 그러면 원천징수세율이 20%가 돼 버리니까 예를 들어서 4인 가족 기준 180만원 정도의 근로소득자이면 세율 부담이 없는데 이것이 기타소득으로 가버리면 미자립되는 중소형 작은 교회에 계신 분들이 세무절차를 이해 못하면서 원천징수로 그냥 세금을 다 내버리니까 잘못하면 경제적 부담도 더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부과되나

당초 ‘종교소득’에 부과하려던 정부안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종교인소득’으로 수정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종교단체 또는 종교활동이 아닌 종교인 개인의 소득에 대한 납세인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종교인소득’으로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종교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천주교 등에서 근로소득세로 신고·납부하고 있는 점과 종교계 의견 등이 감안돼 종교인소득 대신에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소득세액을 신고·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소득으로 신고·납부하는 경우 근로소득자와 동일하게 근로·자녀장려금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종교인 소득 과세는 종교단체가 아니라 개별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것으로, 종교단체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종교단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종교단체의 원천징수를 선택사항으로 규정했고, 종교인소득과 관련해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공무원의 장부 확인을 종교인소득 관련 부분에 한정하도록 법률안에 규정했다. 아울러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와 별개로 종교목적 재산의 취득세·재산세 면제 및 비영리법인에 대한 법인세 면제 등 종교단체에 대한 조세제도는 계속 유지된다.

종교인소득의 필요경비는 종교인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경우 필요경비는 과세대상 소득의 80%이다. 소득 4000만~8000만원은 3200만원에 4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60%를 더한다. 소득 8000만~1억5000만원 구간은 5600만원에 8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40%, 1억5000만원 초과는 8400만원에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20%를 각각 필요경비로 인정한다.

또한 종교인소득에서 필요경비를 차감한 금액에 기본공제(본인 및 부양가족 1인당 150만원) 등을 차감해 과세표준을 계산한다. 과세표준에 6~38%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며, 이에 기부금세액공제, 표준세액공제 등을 차감하면 납부세액이 정해진다.

소득세율은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 6%, 1200만~4600만원 15%, 4600만~8800만원 24%, 8800만원~1억5000만원 35%, 1억5000만원 초과 38%이다.

예를 들면, 연간 종교인소득이 6000만원인 경우, 필요경비 4400만원과 기본공제액 150만원(1인 가구를 가정)을 차감하면 과세표준은 1450만원이다. 여기에 소득세율을 적용하면 109만원이며, 표준세액공제(7만원)를 차감하면 세액은 102만원이 된다.

다만, 국회에서의 의견수렴 과정 등에서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세부담 수준을 납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종교계 의견 등을 감안해 내년 1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때 필요경비율을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목회자 납세는 시대적 요청” 주장도

종교인 과세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목회자 납세는 이제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목회자 납세 문제로 자칫 국민들의 눈에 이기적인 종교집단으로 비춰져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교구별로 근로자 납세를 하고 있고, 불교계 또한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유독 기독교만이 이 문제에 대해 극구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 대다수가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반대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리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

목회자의 사역을 노동의 개념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말이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지만 근로수당으로 받지 않는다는 것에도 다들 공감한다. 그러나 목회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반 국민들과 똑같이 납세의 의무를 갖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들의 정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것은 한국교회에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다.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되기 때문에 그 동안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만 납세를 가정할 때 어떻게 해야 불이익과 혼란이 없이 납세할 수 있을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지난 9월 100회 총회에서 장로교단 최초로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납세를 결의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기장 총회는 “종교인 납세에 대한 신학적·실정법적인 검토 결과와 사회적 여론, 정부의 시행 의지 등을 고려할 때 교단 입장을 근로소득세 납부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교회와사회위원회의 헌의를 통과시켰다. 종교인 납세를 관철하려는 정부의 태도나 사회여론을 생각할 때 더 이상 납세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의견에 동참하고 목회자들이 혼란과 불이익이 없는 납세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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