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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오백주년과 종교개혁의 재발견 (44)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김재성 조직신학교수

이들 두 종류의 하나님의 감춰지심은 약간의 긴장관계를 초래한다. 하나님은 일반계시 혹은 보편 계시 속에서는 보이지 않고 감춰있다. 그분이 나타나서 십자가에 죽으신 자신의 아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시고 알게 해 주시는데, 그것은 인간을 향하신 구원이요 자비하심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런 계시들 밖에서는 자신을 감추신다. 사람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왜 다른 사람들은 정죄하는지에 대해서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하며, 권능이 얼마나 큰 분이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에라스무스와의 논쟁에서 루터는 『의지의 노예에 관하여』에 관해서 설명하면서도, “하나님의 감춰지심”에 대해서 소개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은 인성 아래서는 감춰져 있다. 패배가 승리를 짓밟아 버리고, 치욕이 영광을 짓누르며, 의로움이 죄의 지배하에 있고, 부패가 정의를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님의 감추어지심은 십자가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그 감춰지심이 계시이며, 계시란 감춰져 있다고 루터는 역설적 관계를 풀어놓는다. 바로 하나님은 자신을 보이지 않게 하심으로서 그런 독특한 방법으로 계시하신다. 불신자들의 눈에는 하나님이란 보이지 않는 분이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보는 자에게는 계시하신다. 불신앙은 인간의 파멸이 보이지만, 믿음은 죄의 파멸과 사탄에 대한 하나님의 응징이 보인다.

그러나 루터가 보기에 에라스무스의 생각 속에 있는 하나님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루터에게서 하나님의 판단과 생각이란 사람의 기대와 예상에 맞서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라스무스는 루터와의 논쟁에서, 인간 스스로 결단하여 구원에 이를 수 있음을 강조한다. 루터는 바울 사도가 하나님의 예정을 강조하는데, 에라스무스는 바울 사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에 맞서서, 인문주의 기독교 철학자 에라스무스는 인간의 결단에 맡기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분명한 증거가 에스겔서 18장 23절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어찌 악인이 죽는 것을 조금인들 기뻐하랴 그가 돌이켜 그 길에서 떠나 사는 것을 어찌 기뻐하지 아니하겠느냐”(겔 18:23).

에라스무스는 이 말씀 속에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 있다고 호소한다. 악인이 돌이켜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계시라는 것이다. 에라스무스에 대해 반박하면서, 루터는 여기에 율법과 복음의 대조를 넘어서는 해석학적 전략이 들어있다고 지적한다. 즉, 하나님의 감추어진 뜻과 계시된 뜻이다. 그래서 루터는 우리에게 밝혀진 하나님의 뜻을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루터를 연구해온 수많은 신학자들이 루터에게는 파라독스(역설)라고 부르는 것이 많이 있는데, 율법과 복음의 대조, 믿음과 이성의 대조, 영광의 신학과 십자가의 신학의 대조, 그리고 예수님의 본성과 사역에서도 역설적 대조가 설정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루터에게서는 역설의 절정이다. 영광의 왕 되신 예수님께서 마리아의 몸을 통해서 낮은 곳에서 태어나셨고, 사람들에게 버림당하고, 가난하게 살다가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어떻게 다루고 계신가를 보여주신 분이다. 죽음에 내어주셨지만, 부활하사 승천하게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루터의 신학에서 일관되게 중심 주제였다.

루터는 항상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대한 성경적인 개념에서도 역설적인 설명을 발견하게 된다. 오랫동안 진노의 하나님에 대해서 싫어할 정도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진노의 하나님께서는 반대로 사랑과 자비를 그가 만드신 만물에 드러내셨다. 진노하시는 하나님께서는 특별하게 성경 속에다가 자신의 계시를 내리셨다.

<계속>

김재성 목사  webmaster@kidok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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