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구약학  김창주 교수 

시간은 매우 추상적이다. 시간이란 보이지 않는 것(invisible)을 일정한 선에 놓고 간격을 두어 규칙성을 부여한(visible) 것이다. 사람이 시간을 만들었으나 결과는 시간이 사람을 통제한다. 더구나 과거는 지난 시간이기에 사람이 제어할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기에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지금만 허락되었으며 약간?의 미래가 열려있다. 본디 미래는 오로지 창조자 하나님께만 허락된 시간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미래에 대한 온갖 상상력과 추상을 동원하곤 한다. 미래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미래(futurum)과 도래(adventum). 후자는 ‘알 수 없는’ 시간이 현재를 향하여 오는 것(arrival, approach)이고, 전자는 미지의 시간으로 가는(leaving, growing) 것을 가리킨다.

시편 132:6-9절은 예루살렘에 법궤를 안치하는 과정과 그와 관련된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12절의 언약은 ‘다윗 계약’으로 알려진 사무엘하 7:14-16과 시편 89:28-37에 견주어볼 수 있다. 다윗 왕조가 영원무궁할 것이라는 신념이 그 핵심이다. 여기서 야웨의 시온 선택과 법궤 안치는 다윗 왕조를 위한 초석이다(13절). 그렇다면 시편 132에서 17절은 상당히 시사적이다. 왜냐하면 예루살렘과 다윗 왕조의 미래가 다가올 뿐 아니라 동시에 예비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거기서 다윗에게 뿔이 나게(חמצ) 할 것이라
내가 내 기름 부음 받은 자(חישׁמ)를 위하여 등(רנ)을 준비하였도다(시 132:17)

위 인용에서 메시아를 암시하는 낱말은 둘이다. 하나는 동사 ‘싹트다’의 차마(חמצ)이고, 다른 하나는 명사로서 ‘나의 기름 부음 받은 자’ 곧 메시아(חישׁמ)이다. 위 구절에서 ‘차마’는 다윗 가문에서 나올 메시아를 동사로 풀어냈으나 명사로는 더 빈번히 쓰인다. 곧 이사야, 예레미야 및 스가랴에서는 ‘야웨의 싹,’ ‘의로운 가지,’ 그리고 ‘나의 종 싹’과 ‘싹’ 등으로 언급된다(사 4:2; 렘 23:5; 33:15; 슥 3:8; 6:12). ‘시간’으로 푼다면, 뿔이 나게 하는 것은 도래에 가깝고, 등을 준비하는 것은 미래라고 볼 수 있다. <새번역>은 이해하기 쉽지만 아쉽게도 본문에서 멀리 나갔다.

“여기에서 나는, 다윗의 자손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아서 큰 왕이 되게 하고, 내가 기름 부어 세운 왕의 통치가 지속되게 하겠다.” 즉 메시아는 도래하고, 우리는 그를 기다리는 등불을 예비해야 한다. 17절에서 시인에게 다윗의 뿔이 싹 난다는 의미는 도래할 ‘기름 부음 받은 자’로 귀결된다.

시편 132에서 기름 부음 받은 자를 위한 사전 준비는 이미 완벽하다. 야웨가 시온을 선택하여 본토로 삼았으며(13절) 그 성을 복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풍족히 먹이실 것이다(15절). 이제 남은 일은 시온에서 다윗의 뿔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등불을 예비하는 것이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법궤를 안치하였지만 그렇다고 그가 유다와 예루살렘의 미래를 결정할 권한도 능력도 없다.

‘의로운 가지’ 곧 ‘싹’이 야웨로부터 도래할 것이다. 하나님이 정한 시간이다. 시인은 메시아, 그리스도(cristw/|)를 위하여 ‘등’을 준비한다고 노래한다.

등잔은 마치 대림절(Advent) 촛불을 연상케 한다. 초대 교회부터 성탄절 이전 네 번의 주일을 대림절로 기념해왔다. 강림절 또는 대강절로 불리기도 한다. ‘미지의 시간’이 도래한다는 뜻이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동안 네 촛불을 켠다. 보라, 연보라, 분홍, 흰색 초는 차례로 예언, 베들레헴, 목동, 그리고 천사를 가리킨다. 인간의 진홍빛 같은 죄가 점차 희게 씻겨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담은 것이다. 촛불이 점점 밝아질수록 메시아의 도래가 가까운 것이다. 점차 세상은 환해진다. ‘나의 기름 부음 받은 이,’ 그리스도가 가까이 오심을 확신한다. ‘시온’에 평화의 함성이 울린다. 거룩한 이들이 즐겁게 노래한다(16절). 전쟁과 갈등, 기근과 질병이 세계 곳곳에서 기승이다. 하늘의 평화와 온 누리에 기쁨이 도래할 것을 기다리며 촛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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