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 이민 교수

KBS1 TV 《인간극장》(월~금 오전 7:50)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지난 2023년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방영된 <목사님의 이중생활>의 안양호(61) 목사·홍삼인(61) 사모는 전북 완주군의 위봉교회에서 목회한다. 시골 주민들의 나이가 70~80대여서 마을의 크고 작은 농사일은 안 목사 부부가 손수 챙긴다. 안 목사는 트랙터를 직접 끌고 나가 마을 주민의 밭을 갈며 트럭을 개조해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라는 문구를 달고 봉사한다. 안 목사 부부는 1년간의 공사 끝에 예배당을 직접 수리하여 주일 예배뿐만 아니라 평일에는 마을의 문화센터와 사랑방으로 기꺼이 내어주었다. 이들 부부는 급성심근경색이 찾아오는 위기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목회와 농사의 이중생활’을 즐기고 있다. 특히, 부부는 매일 개조한 트럭을 산골 구석까지 운전하며 붕어빵을 만들어 나눠준다. 주일 예배엔 믿지 않는 주민들까지 초청하여 식사와 다과를 정성껏 대접한다. 거동이 불편한 성도들도 직접 차량으로 모셔온다. 교인이든 아니든 차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며 웃는 얼굴로 예수의 사랑을 실천한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목사님이 해주시는 따뜻한 밥 한 끼는 마을을 행복하게 하는 힘입니다.”

시인 함민복(1962~)의 시 <긍정적인 밥>(시집 《모든 경계에 꽃이 핀다》 창비, 1990)은 ‘밥’을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는 생산적 가치로 자리매김하며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중략)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한 끼’는 ‘함께’와 한국어의 어원이 같다. 사람을 살리는 ‘살림’과 전성명사 ‘삶’의 밑천은 ‘밥’이 토대가 된다. ‘한 끼’를 나누면 ‘함께’ 행복해진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방송된 JTBC 예능프로인 《한끼줍쇼》(진행 이경규 강호동)가 그렇다. 이는 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며 소통의 매개체인 평범한 가정의 저녁 밥상 속으로 들어가 저녁 한 끼 나누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엿보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인에게 ‘밥’은 ‘쌀을 익힌 음식’이라는 문자적 정의를 넘어선다. 객지 생활하며 ‘집밥’을 그리워한다든가 ‘밥이 보약’이기에 ‘밥심(力)으로 산다’와 같은 긍정적 관용어가 있는가 하면 ‘밥맛이야’와 같이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는 독서를 ‘밥 먹듯’ 하기를 바라지만 거짓말을 ‘밥 먹듯’하는 정치인들을 혐오한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2023년에 255개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은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예수는 공생애 사역에서 ‘식탁 교제’를 중요시했다. 예수는 세리와 창기, 죄인과 함께 한 끼를 나누며 그들의 소외감을 넘어서 정체성까지 해결해주었다.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를 방문하여 영의 양식을 가르친 시공간도 ‘식사’가 매개체였다. 바리새인 시몬이 예수님을 초대했을 때 한 여인이 예수의 발을 머리털로 닦은 사건도 식사 자리였다. 예수는 약한 자를 먼저 찾아가서 식사하며 위로하고 함께 했다. 이것이 죄인을 용납하시는 아가페 사랑의 속성이다.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예수의 첫 번째 기적도, 오병이어의 표적도 ‘한 끼’의 복음이다.

어떤 중국요리집에 남루한 차림의 아이들 세 자매가 들어왔다. 그들은 한참 망설이다가 자장면 2인분만 주문했다. 그 중에 언니는 체했다며 주문하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다. 둘째는 “엄마 아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울기 시작하더니 막내도 울고 모두가 울었다. 이를 보던 음식점 여사장이 “너희들 나 모르겠니? 나는 엄마와 친한 친구야. 오랜만이구나. 내가 자장면 다 줄 테니 돈 걱정 말고 마음껏 먹어라. 탕수육도 먹어봐”라고 웃으며 말했다. 자매들은 울음을 그치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여사장은 다 먹고 난 아이들에게 말했다. “돈은 안 받겠으니 언제든지 와서 먹어라” 세 자매가 간 뒤에 한 직원이 물었다. “사장님, 저 애들은 누구예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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