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대학원 이사장 심영식 장로

오늘 한국교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벼랑 끝에 서있다. 서로 나뉘고 쪼개져 대표성을 잃어버렸고, 성장 동력마저 멈춰버렸다.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 우리 사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들의 공격이 거센데도, 대사회 메시지를 내놓을 힘마저 약해져있다. 당장이라도 불이 꺼질 듯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 어쩌면 마지막일수도 있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성숙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올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해,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가 331일 오후 4시 명성교회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해마다 언제쯤이면 70년대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던 부활절 연합예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를 되뇌었던 것이 당장 현실로 다가왔다. 매번 올해 부활절 예배도 따로 드린다는 핀잔을 들어왔던 한국교회를 향한 시선도 기대로 바뀌었다. 어느 때보다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소생시키기 위해 이처럼 좋은 순간이 다시 올까싶다.

다만 정말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또 아깝게 날려먹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교회는 정말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를 하나 됨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단지 외형적으로 비춰지는 하나 됨이 아닌, 뿌리까지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특정 단체나 교단, 교회, 혹은 개인의 위상에만 함몰되거나, 과시욕의 결과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 더불어 정말 오랜만에 진보와 보수가 하나가 되는 자리인 만큼, 다소 미흡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진보와 보수의 입장차로 인해 곳곳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조금씩 양보해서 한국교회도 하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이번 부활절연합예배가 단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기대를 저버렸던 과오를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채우지 못했던 기대를 가득 채워주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합예배를 계기로 정말 한국교회 대통합의 단초를 놓길 기대한다. 해마다 희망고문에 그쳤던 연합기관 대통합을 정말 가시화할 수 있게 만들고, 더 나아가 진보와 보수 연합기관이 나라와 민족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대명제를 실천에 옮길 수 있길 소망한다.

같은 맥락에서 부활절연합예배가 한국교회의 하나 됨에서 멈추지 않고, 작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장이 되길 원한다. 오늘 대한민국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상처투성이다. 특히 초저출산은 나라의 존폐가 달린 긴박한 상황임에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이미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이번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초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뜨거운 기도와 함께 정말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교회가 초저출산 문제 해결에 키(Key)가 될지를 고민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가 아이 돌봄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대명제로 세우고, 한국교회 전체의 입장문을 만들어 정부에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24년 부활절연합예배가 한국교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닌, ‘한국교회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장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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