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CK 제63회 정기총회에서 예장 통합측이 퇴장하자, 회의장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측(총회장 정영택 목사)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기총회 현장에서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총무 선거 투표 직전 퇴장함으로써 ‘개교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NCCK는 지난 24일 강남교회(전병금 목사)에서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라는 주제로 제63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김영주 총무의 연임 문제였다.

오후 회무가 시작되고 총무 선임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회의장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예장통합측은 선거절차를 통해 총무를 뽑을 것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다른 회원들은 NCCK의 역사에 없었던 일이라며 통합측이 독선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장통합측 우영수 목사는 “인선위원회가 단수로 추천한 후보를 실행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정하여 재적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총회에 상정한다. 실행위에서 제청된 사안을 가지고 단순한 가부로 결정할 수 없다. 똑같은 선거 절차를 거쳐서 총회에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투표를 통해 총무를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임헌택 사관은 “NCCK에 40년을 있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통합측의 류태선 목사가 됐어도 이렇게 했겠나. 이게 독선이 아니고 무엇인가. 9개 교단 중에서 7개 교단이 찬성하고 협의했으면 함께 가는 것이 옳지 않은가. 교회협은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고, 지지고 볶고 했어도 이 안에서 다 해결했다. 대화를 하는 중에 법적인 조치를 하고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 통합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일을 통해 아픔을 겪고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통합 강무영 장로는 “문제의 핵심은 총무를 뽑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격이 임기 4년에 해당되는가의 문제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인선위는 헌장위에 사상 유례 없는 질의를 했고 헌장위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실행위에서 옳은 판단을 못했다고 하면 여기서 모든 회원들이 투표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법대로 투표로 진행해 달라”고 투표를 재차 요구했다.

감리교 박경양 목사는 “교회협 90년 역사상 총무 총회인준이 필요한 적이 있었는가에 대해 우리가 한 번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 모두는 여기에 개인으로 와있는 것이 아니고 교단의 대표가 되어 실행위원회와 인선위원회, 총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통합측이 문제제기하는 것 보면서 감리교 대의원으로서 아주 모욕감을 느꼈다. 투표를 진행해 재적 과반수를 묻자는 것은 억지도 너무 심한 억지다. 그런 식으로 해서 망신 주고 우리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통합측 한 대의원은 “교회협 제44회 총회 회의자료에 나온 제43회 회의록에 1994년 당시 총무 선임에서 총회에서 투표했고, 표결 결과 총무로 선임됐다”며 관례가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그것은 전례이지 관례가 아니다. 통합이 정 동의를 못하겠다고 하면 투표하는 것도 괜찮지만 적어도 이번에 투표행위를 한다면 좀 독해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 웃으면서 결과를 따른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 투표는 좋지만 어떻게든 자기 뜻을 관철하려는 모습은 고수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측 이홍정 사무총장은 “7개 교단의 지지를 받았는데 무엇을 주저하나. 법이다. 법의 정신에 따라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해 달라”고 다시 한 번 투표를 요청했다.

장시간 논란 끝에 결국 총무 선임을 위한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의결 정족수를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재개됐다. 통합측은 실행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재적회원 과반수 찬성을 요구했지만, 다른 회원들은 출석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논란이 지속되던 와중 통합측 총회장 정영택 목사는 “우리 교단에 대해 몰이해하고 많이 몰아붙이는 것 같다. 우리는 이 투표에 대해 몽니를 부리는 일 없이 그냥 물러가겠다. 잘 처리하시길 바란다”고 말하고 통합측 대의원들을 이끌고 돌연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의장인 박종덕 회장은 급하게 정회를 선언하고 중재에 나섰고, 타 교단 대의원들도 통합측을 설득하기에 나섰지만, 결국 통합측은 회의장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결국 통합측을 제외한 8개 교단 대의원들은 출석인원 과반수 투표를 진행, 총 인원 146명 중 찬성 116명, 반대 27명, 기권 3명으로 김영주 총무를 인준했다.

임원 선출에서는 황용대 목사(기장 총회장)를 회장으로 각 회원 교단 총회장을 부회장으로 뽑았다. 안건처리에서는 ‘헌장개정안’이 통과됐다. NCCK는 헌장개정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여성위원회로 바꾸고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여성위원회는 교회 내 성차별에 대처하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한다. 또 여성성직과 직제에 대한 연구도 강화하기로 했다.

63회기 총회 선언문도 채택됐다. NCCK는 선언문에서 ‘하나님의 영을 따라 광야로 가 스스로를 변혁하겠다’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해 사회의 정의를 위해 일하고 정의와 평화의 순례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번 NCCK 제63회 정기총회에서 통합측이 ‘무단 퇴장’이라는 독선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에큐 진영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NCCK는 향후 임원진과 총무단이 모여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되는 대로 언론을 통해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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