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 목회자에게서는 활력이 넘쳤다. 보통 은퇴하고 나면 힘과 기력이 떨어지고 활동성이 둔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는 여전히 열정으로 가득했다. 은퇴 이후에도 비전교회 살리기와 목회자유가족돕기에 여념이 없는 김진호 감독(도봉감리교회 원로) 이야기다.

김 감독은 자신의 건강 비결은 ‘BMW’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혹 자는 외제차를 떠올릴지 모르나, 이는 Bus(버스), Metro(지하철), Working(걷기)의 약자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까지 지냈으면서도 ‘자가용’ 없이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소탈한 모습이 그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젊게 했다.

김진호 감독이 20여 년간 목회했던 도봉감리교회를 은퇴한 것은 지난 2009년 4월. 그는 그렇게 성역 43주년을 하나님의 은혜로 마쳤다. 벌써 6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그는 현역 시절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전교회와함께하기운동본부 회장으로 작은교회를 위한 목회세미나를 꾸준히 진행하며 이들을 섬겼다. 또한 목회자유가족돕기운동본부 회장으로 수고하며 십시일반 후원을 통해 모아진 돈으로 목회자유가족 자녀들에게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했다.

은퇴 당시 그는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며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건강도 열정도 주셨으니 하나님과 교회를 섬기는 일로 인도해 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사역이 바로 비전교회돕기와 목회자유가족돕기였다. 그가 이러한 사역에 뛰어든 것은 감리교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내에서 가장 안타깝고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오롯이 사역에 매진하기를 6년 남짓. 그 열매들은 하나 둘 맺혀가고 있다. 작은교회들을 위한 신바람목회세미나는 제12차를 앞두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작은교회 목회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커다란 희망을 선사했다. 매 회 세미나마다 인원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작은교회 목회자들의 반응도 좋다. 이들에게 꼭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유가족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일도 속도가 붙었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장학금을 전달했다. 1년에 전달되는 장학금 규모만도 5천만원 이상이다. 올해에는 6천만원에 달했다. 홀로 남겨진 목회자유가족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은 힘이 된다. 단순히 ‘돈’의 차원이 아니라 용기를 북돋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되고 있다.

김진호 감독은 소위 비전교회(미자립교회) 문제를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김 감독은 작은교회 교역자들이 패배의식에 빠지지 않도록 용기와 도전과 격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전교회가 감리교에만 45%다. 한국교회 전체로는 60-70%가 미자립교회다. 이런 작은 교회들이 큰 교회와 더불어 상생하지 않으면 건강한 한국교회, 부흥하는 한국교회라 말할 수 없다. 큰 교회 목사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을 가져야 한다. 작은 교회 돕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도 패배자 의식을 버려야 한다. 이들에게 용기와 도전, 격려를 주서 다시 일어나도록 것. 이것이 바로 신바람목회세미나를 개최하는 이유이다”라고 밝혔다.

김진호 감독은 아울러 한국교회 안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김 감독은 “상생의 공동체가 교회다. 큰 교회 지도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을 가져야 한다. 교회 공동체가 시장원리처럼 되어 가면 안 된다. 신학교도 마구 신입생을 뽑으면 안 되고 교단도 교역자 수급 문제를 조정해야 한다. 미자립교회가 자립교회가 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큰 교회가 작은 교회에 5만원, 10만원 도와주는 생활비 지원에서 벗어나, 마치 해외선교사를 파견하듯이 해야 한다. 500명 이상 모이는 교회들은 작은 교회에 뜻있는 평신도들을 다섯 가정, 열 가정을 파송해서 그 교회도 함께 성장하도록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또한 한국교회가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교방법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교회 시설을 잘해서 교회가 부흥되는 것이 아니다. 초대교회 영성회복을 해야 하고 결과지상주의, 성공주의 자세를 버리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어둡다. 지하철에서 ‘불신지옥, 예수천당’을 외친다고 해서 사람들이 교회로 오는 것은 아니다. 선교방법의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교세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톨릭을 보라. 굳이 성당에 오라고 외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성당에 몰려가고 있다. 이는 가톨릭의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이미지는 너무 상해 있다. 좋은 이미지를 다시 사람들에게 심어줘서 본래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선 가톨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호 감독은 “도봉교회에서 목회할 때 느낀 점이 많다. 도봉교회는 1500여명이 모이고 예산이 16억원 정도 되는 교회다. 그러나 도봉교회는 대형버스도 기도원이나 수련원도 없다. 그러나 지역 내에서 두 개의 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교회 건축시 반대하는 주민이 하나도 없었다. 이는 교회가 지역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지역사회를 위해서 문턱을 낮추고 섬기고 낮추지 않고는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기독교라인(대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