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가능하도록 추진할 변혁의 힘이 목회자나 전문신학자에게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적다. 오히려 신실하고 능력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 특히 평신도들의 참여와 공헌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이에 만인사제론을 두루 살피고, 오늘의 현실 속에서 평신도들의 사명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제4회 공개강연회를 지난 7일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종교개혁의 만인사제론과 평신도의 사명’이란 주제로 열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 혜암학술포럼위원장)의 사회로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와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마틴 루터의 만인사제론과 평신도의 권리와 책임’과 ‘21세기 한국교회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이란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또한 각 발제에 대해서 이경숙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최순양 박사(이화여대 외래교수)가 각각 논평했고, 이장식 박사가 발제 및 논평에 대해 종합했다.

평신도 지도자들의 참여의식 요구

먼저 김경재 박사는 “한국개신교 개혁의 성패는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절감하는 평신도 지도자들과 평신도 전체의 대거 참여의식, 그리고 책임과 권리를 담보하는 제도적 개혁 뒷받침 없이는 열매 없는 나뭇잎들의 ‘소리잔치’로 끝날 위험이 많다”며, 1520년 마틴 루터가 쓴 논문 「독일 크리스챤 귀족에게 보내는 글」 내용을 집중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마틴 루터는 「독일 크리스챤 귀족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영적 질서 세계에서 교황은 불가침적 최고권위를 지닌다 △성서해석에서 교황과 성직자만이 유일한 해석권한을 가진다 △교회의회, 곧 공의회 소집권한은 교황에게만 있다 등 루터 이전 1천 년간 로마바티칸을 중심으로 서방세계를 지탱해오던 3가지 잘못된 허위적 권위를 전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루터는 교황, 주교들, 사제들 및 승려들을 ‘영적 계급’이라 부르고, 군주들, 영주들, 직공들 및 농부들을 ‘세속적 계급’이라고 부르는 당시 통상적인 ‘영적-세속적 직업의 이분법적 신분구별’을 순전히 거짓, 조작,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모든 크리스천은 참으로 ‘영적계급’에 속하며 그들 가운데는 직무상의 차별이외는 아무것도 없으며, 세례와 복음과 신앙만이 우리를 ‘영적으로’ 되게한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김 박사는 “마틴 루터의 소위 ‘만인사제론’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제사장직을 갖고 있다는 일반적 종교철학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교회개혁의 제일차적 책임자들인 성직자 집단이 그 책임을 직무유기하고, 도리어 은밀하게 교회부패와 타락의 원인제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살려내가 위해 평신도들이 들고 있어나야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박사는 만인사제론의 신학적 의미로 ‘그리스도의 몸’ 교회론과 교직론을 강조하고, “만인사제론이라는 신학적 담론의 명제는 소극적으로 말하자면 루터 당시 가톨릭교회의 부패한 성직자들의 특별사제직을 거부하는 논쟁적 의미를 가지며, 적극적으로 말하면 교직자(안수받은 성직자)에게 맡겨진 구별된 책임(설교, 성만찬 집례, 성경교육 등)은 ‘그리스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신도들의 공동책임이요, 공동권리이지만 그것을 교직자는 그리스도가 머리이신 신도공동체를 ‘대리’해 그리고 신도공동체의 ‘위임’을 받아 수행할 뿐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김 박사는 한국기독교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의 핵심으로 △교회운영의 성직자 독단과 비리부패 △목회자의 성적타락과 도덕성 피폐 △교회대형화에 따르는 세습과 성직매매 현상 △헌금으로 조성된 교회재정의 불투명성과 오남용 △개교회 중심주의와 교파분열 및 배타적 선교정책 등 5가지를 들었다.

이에 김 박사는 “한국기독교는 깊은 병에 걸려있는 중환자와 같다. 근본적 시술이 시급하게 요청된다. 각종 집회에서 신앙적 회개다짐, 성경과 하나님 신앙으로 돌아가기, 성직자 맘 비우기 등 원론적 이야기도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보다 구체적 처방과 실천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교회 개혁 가능성의 효율적-실천적 대안으로서 만인사제론에 근거한 한국 평신도들의 적극적 개혁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교회개혁 주체로서 평신도 권리강화 △교회조직구성의 평신도참여 제도적 보장 △평신도 지도자 교육과정 신설 △목회자의 교회재정 관여 금지 △성직자 목회위임 7년제 재위임 제도 정례화 △에큐메니칼 교회론 회복 △70인 복음신앙 추밀원 구성 △잠재적 평신도 인적자원 활용 등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박사의 발제 후 이경숙 박사는 “김경재 박사는 한국 교계의 타락과 부패 그리고 권위 부풀리기 문제를 마틴 루터가 지적했던 내용들을 거울로 삼아 이러한 상황이 도래한 것은 목회자들만이 아니라 평신도들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분연히 일어나 한국교회 개혁에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한국교회에 수준 높은 평신도들이 각성해 ‘종교문맹’의 수준에서 교회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지혜문화’의 수준에서 교회활동을 하고, 이로써 교회가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특히 이 박사는 루터의 만인사제론이 교회의 재정부패가 그 출발점이 되었음을 지적하고, 이와 오버랩하여 돈을 너무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와 교회의 형태를 비판했다.

이 박사는 “돈의 횡포가 교회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루터가 염려한 신학교육이 신학생들을 타락시키는 길이 됨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신학생들은 신학교 다닐 때부터 계속 눈치만 보고 줄서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교회가 필요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 돈을 토지 투기나 감독회장 선거, 총회장 선거에 투입하고 있는 현상은 중세교회의 나쁜 점을 빼 닮은 한심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목사와 평신도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일웅 박사는 21세기 한국교회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이란 주제로 만인제사교리가 오해되어 목사와 평신도의 관계가 한국교회의 목회상에서 그 직분의 기능과 역할이 원활하지 못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그 해결책으로 종교개혁시대에 제시된 만인제사장직교리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살펴봤다.

이를 위해 종교개혁시대의 만인제사장직 이해를 성경에 근거해 밝혔고, 루터의 만인제사장이해를 상세하게 다뤘다.

특히 정 박사는 만인제사직의 교리에 대해 먼저 제사장의 의미는 세상을 향한 복음전파에 사용되어야 할 개방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했고, 또 동등성의 의미와 글로벌한 공간성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무엇보다 제사장으로서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해 평신도란 누구인지, 그 개념과 신분에 대한 정의를 다뤘다. 또한 21세기라는 시대상황과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전제로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지역교회의 지체로서의 사명 △세상에서 복음전파자로서의 사명 △복음의 사회봉사자로서의 사명 △복음의 사회윤리적인 책임감에 대한 사명 △한국교회 연합의 주역으로서의 사명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에 정 박사는 “만인제사장교리는 목사와 평신도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로서 동등한 신분을 가진 자들이며, 직접 하나님께 나아가 제사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자들이며, 그 직분의 최대의 사명은 세상 가운데서 복음을 전파하는 일”이라며, “지금 한국교회는 목사제사장들의 교권의 남용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개혁하는 일에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이 분연히 일어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평신도들에게 주어진 이 시대에 하나님 나라와 한국교회를 위해 부여된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그 사명 역할에 귀하게 쓰임 받는 평신도 제사장들이 다 되기를 소원한다”면서, “제사장으로서 평신도들의 헌신은 마침내 수적 성장이 감소되며 복음전하기가 더 어려워진 시대 속에서도 복음의 횃불을 높이 들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사명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 21세기 한국교회는 상실된 한국사회로부터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의 발제에 대해 논평한 최순양 박사는 “평신도들의 사명과 역할 중에 사회봉사와 하나님 나라 운동, 그리고 교회연합운동을 권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회자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시각교정도 필요하다”면서, “진정으로 만인제사장 교리에 근거해서 평신도와 목회자들은 계급상의 차이가 아니라 직분으로만 구별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 스스로가 목회자들을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박사는 “실제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이유 중에 목회자에 대해서 실망을 해서 교회를 다니지 않거나 다른 교회로 옮긴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따라서 목회자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평신도들의 부풀어진(왜곡된) 시각에 대한 교정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교육적 방안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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